식빵 테두리 가공품으로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 개발1년3개월 연구 끝에 'OH뉴본발효종' 완성 … 빵 식감·풍미 ↑연구개발 이어가 냉동생지로 확장성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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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른쪽부터 김선준 아워홈 R&D 본부 베이커리팀장, 진소예 B2B상품기획팀 사원, 김주영 베이커리팀 연구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OH뉴본발효종이 들어간 냉동 생지를 개발해 베이커리 로드샵까지 확장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입니다.”6월 23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에서 만난 김선준 아워홈 R&D본부 베이커리팀장은 “현재 새로운 발효종이 양산형 제품에만 들어가있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자사 전용 냉동생지를 만들고 싶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 ▲ 김선준 팀장이 푸드업사이클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이날 만난 김 베이커리팀장을 비롯해 김주영 베이커리팀 사원, 진소예 B2B상품기획팀 사원 모두 해당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아워홈 베이커리팀은 지난달 국내 식품업계에서 최초로 푸드 업사이클링 발효종인 ‘OH뉴본발효종’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베이커리 제품을 출시했다.안산공장에서 샌드위치를 생산하면서 버려지는 식빵 테두리 부산물을 급속 동결한 뒤 분쇄해 발효종의 먹이로 활용해 식빵을 제조하고, 다시 이 식빵에서 발생하는 식빵 테두리를 사용하는 형태다. 순환을 통해 생산과 재활용이 이어지는 이 형태가 ‘푸드 업사이클링’이다. -
- ▲ 'OH뉴본발효종'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들ⓒ정상윤 기자
김 팀장은 “처음에는 버려지는 빵가루를 쿠키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가, 더 세분화된 연구과 결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회사나 사회에서 ESG에 대한 요구가 있어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민해 OH뉴본발효종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신규 발효종은 자원 순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1년 3개월이라는 개발 과정을 거쳤다. 기존 발효종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식빵 테두리를 가수분해 해서 생산된 포도당으로 유산균의 먹이를 만든다는 점이다. 내부 조사 결과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빵의 풍미나 식감에서 우세하다는 점도 확인돼 특허 출원을 기다리고 있다.물론 식빵 테두리를 사용했다고 해서 비용이 절감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아워홈이 해당 제품에 공을 들이는 것은 빵의 품질이나 풍미 향상이 데이터로 증명이 됐기 때문이다. -
- ▲ 아워홈 베이커리팀은 OH뉴본발효종을 '대체품'이 아닌 '첨가제'로 표현했다.ⓒ정상윤 기자
김 팀장은 “아워홈 베이커리팀이 이제 만들어진지 3년밖에 안 됐다”면서 “자체 발효종을 가진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아쉬운 연구 부분을 빠르게 따라잡고, 동시에 기존 이스트를 사용했을 때보다 빵의 풍미를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이어 “OH뉴본발효종은 ‘대체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 발효종을 넣음으로써 빵의 품질이 올라가는 ‘첨가제’ 개념에 더 가깝다”면서 “지속가능성, ESG 경영에 부합되는 제품”이라고 덧붙였다.해외에서는 빵 테두리를 사용한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버려지는 바게트나 식빵 테두리를 활용해 발효종을 만든 케이스가 있다. 국내에서도 세븐일레븐이 식빵 테두리를 활용해 맥주를 만들기도 했다. -
- ▲ 김주영 베이커리팀 연구원이 개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문제는 제품화였다. 연구실에서 유의미한 결과값을 얻었다고 해도, 이를 양산화하기 위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과정에서 값이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고, 또 효율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 하나의 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연구과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함께 개발에 참여한 김주영 연구원이 가장 고생했던 부분도 이러한 점이다. 식빵은 일반 빵하고는 달리 제조 시간이 6~7시간으로 길다. 일반적인 근무시간으로는 하루에 한 종류의 효과성을 검증 할 수 밖에 없다.김 연구원은 “계속 식빵을 반죽해야하고 결과값을 뽑아내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테스트하는 과정이 있었다”면서 “반죽하고 숙성하고 굽는 과정의 어디에 발효종을 넣어야 하는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
- ▲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발효종 투입양과 시기였다.ⓒ정상윤 기자
식빵 제조 과정은 크게 믹싱과 반죽, 발효, 정형, 2차 발효, 굽기 등으로 나뉜다. 문제는 이 각각의 과정에 십수개의 세부 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예를 들어 반죽만 하더라도 ▲수화단계 ▲클린업 단계 ▲발전단계 ▲완숙단계 ▲과죽단계 등으로 나뉘며 또 반죽 온도나 밀가루 종류, 소금 투입 시기, 반죽기 회전 속도에 따라 반죽 시간이 영향을 받는다.여기에 반죽온도, 물의 종류, 손상전분의 함량, 마찰계수, 이스트의 양과 질, 효소 등에 따라 고려해야할 경우의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아워홈 베이커리팀이 1년 3개월의 연구기간 동안 얼마나 공을 들이고 집중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김 팀장은 “현재 빵에 발효종이 5%가 들어가있는데, 이 5%라는 값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아마 전체 개발기간의 절반이 여기에 할애된 것 같다”고 소회했다. -
- ▲ 아워홈 베이커리팀과 B2B상품기획팀 담당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어려움이 있었지만 OH뉴본발효종을 활용한 제품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초 출시한 미니우유식빵은 한 달 동안 2000여개 출하가 이뤄졌다.진소예 MD본부 B2B상품기획팀 담당은 “아무래도 처음 제품이 출시되면 점포에서 테스트 개념으로 1개나 10개 등 소단량으로 시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후 제품이 마음에 드셨는지 실제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100개 단위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이어 “미니우유식빵이 성과가 좋으면서 최근 출시한 미니치즈식빵도 바로 400건이 넘는 발주가 들어왔다”면서 “제품 품질에 대한 신뢰와 내실을 쌓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아워홈은 해당 발효종을 자사 제품 외에 다른 기업의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타사로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주문을 받았을 때 OH뉴본발효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김 팀장은 “현재는 비용적인 측면으로 (상대 업체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우리 발효종의 장점이 알려져서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해 꼭 OH뉴발효종을 넣고 싶다는 주문이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