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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칠성음료 크러시ⓒ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브랜드 체계를 다시 손본다. 2023년 ‘4세대 맥주’를 내세우며 야심 차게 내놓은 ‘크러시’를 독립 브랜드가 아닌 ‘클라우드’ 라인으로 편입키로 했다. 출시 당시 롯데 맥주 사업의 승부수로 꼽혔던 크러시가 사실상 간판에서 내려오는 셈이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칠성이 결국 ‘클라우드’를 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젊어진 신제품을 앞세워 맥주 시장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이 2년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최근 크러시 제품명을 ‘클라우드 크러시’로 변경하는 방식의 브랜드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독립 브랜드였던 크러시를 클라우드 브랜드 아래로 묶어 제품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하고 브랜드 자산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저도수·저칼로리 콘셉트의 ‘클라우드 크러시 라이트’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크러시보다 알코올 도수와 열량을 낮춘 제품으로, 최근 확대되는 저도수 맥주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의 본질을 사실상 ‘전략 수정’으로 본다. 크러시가 기대만큼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롯데칠성은 2023년 11월 크러시를 출시하며 맥주 사업 재도약을 선언했다.
다만 롯데 맥주 사업의 상징적 브랜드는 여전히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롯데가 2014년 맥주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내놓은 제품으로, 재계 안팎에서는 당시 롯데의 맥주 사업 승부수를 두고 이른바 ‘신동빈 맥주’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이후 피츠, 크러시 등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맥주 전략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번 브랜드 재편을 통해 결국 다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모델로 기용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광고업계에서 카리나의 연간 모델료는 약 8억~12억원 수준으로 추정될 정도로 ‘톱 클래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롯데칠성은 이같은 광고계 최고 수준 모델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공을 들였다. 당시 회사는 크러시를 ‘4세대 맥주’로 규정하며 맥주 시장의 판을 바꾸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
- ▲ 롯데칠성음료 크러시ⓒ롯데칠성음료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국내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 ‘테라’가 양강 체제를 구축한 구조다. 여기에 하이트진로의 ‘켈리’ 등 경쟁 브랜드까지 등장하면서 후발 브랜드가 시장을 파고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카스 후레쉬는 40%대 후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2위는 테라이며, 카스 라이트와 켈리가 뒤를 이었다. 반면 롯데칠성의 클라우드와 크러시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3%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맥주 사업 실적도 악화됐다. 롯데칠성 주류 매출은 2025년 7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맥주 매출이 518억원으로 37% 급감하며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
특히 크러시 출시에 맞춰 기존 제품을 잇따라 정리했던 전략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칠성은 크러시 출시에 앞서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를 순차적으로 단종했다. 프리미엄 맥주는 클라우드, 일반 맥주는 크러시로 이원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크러시가 시장에서 기대만큼 자리 잡지 못하면서 제품 공백이 발생했고, 이는 맥주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롯데칠성의 맥주 전략이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롯데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롯데가 맥주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의미에서 ‘신동빈 맥주’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회사는 ‘피츠 수퍼클리어’, ‘크러시’ 등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전략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번 브랜드 재편을 통해 결국 다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이 맥주 시장에서 뚜렷한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브랜드 실험을 반복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제품 출시와 기존 브랜드 단종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인지도 축적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결국 롯데칠성은 다시 ‘클라우드 중심’ 전략으로 돌아왔다. 크러시를 클라우드 라인업에 편입하면서 브랜드를 통합하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카스와 테라가 장악한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롯데칠성이 맥주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은 이미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며 “제품을 계속 바꾸기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