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받은 EB 발행 대상 확정한 것으로 파악금감원 정정 명령, 2대주주 트러스톤 반발 영향이재명 정부 자사주 소각 방침 반기 해석도
  • ▲ 태광산업이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태광산업
    ▲ 태광산업이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태광산업
    태광산업이 긴급 이사회를 열어서 교환사채(EB) 발행 대상을 명시했다. 깜깜이 EB 발행 논란으로 인한 금융감독원의 제동과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반발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이날 오후 5시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태광산업 측은 당초 “긴급  이사회와 관련된 내용은 보안 작업 등으로 인해 다음날 공시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가 입장을 선회해 EB의 발행 대상자명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밝혔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인 27만1769주(지분율 24.41%)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해당 EB는 3년 만기물이며, 이자율은 0%다. 

    다만 투자자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깜깜이 발행 논란이 일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기존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상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르면 주주 외의 자에게 EB를 발행할 때는 이사회가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 등을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면서 “지난 이사회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없었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태광산업의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날 공시된 가처분 신청 내용을 보면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이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지난달 27일 이사회 결의에 의한 EB 발행을 위한 일체의 후속절차를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청구했다. 

    금감원도 태광산업이 이사회 이후 제출한 ‘자기주식처분결정’과 ‘교환사채권 발행결정’에 대해 이달 1일 정정명령을 내렸다. 금감원은 “심사 결과 신고서의 내용 중 발행 상대방 등에 대한 중요한 누락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은 이날 오전만 해도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투자를 위해 조(兆) 단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EB 발행에 대한 당위성을 나타냈다. 

    현재 유보금으로는 투자자금을 충당할 수 없어 외부자금 조달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EB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3186억원도 사업구조 재편에 투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태광산업이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특히 태광산업 측이 이날 보도자료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EB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는 회사의 존립과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대해 태광산업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 자사주 소각에 반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태광산업이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한 것은 금감원의 제동과 트러스톤 측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태광산업은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날 공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애경산업 인수와 관련해 당사의 관계사인 티투프레이빗에쿼티가 지난달 19일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며 “지난달 26일 본입찰 대상자로 선정됐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