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기준 개선 … 30년만에 '근로시간→소득' 개편보험료 징수기준·급여기준도 '실 보수'로 일원화소상공인 부담·정부 실업급여 재원 마련 대책 필요
  • ▲ 지난 2021년 9월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021년 9월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보험 가입기준이 근로시간에서 소득 기반으로 30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이에 따라 특수고용 노동자를 비롯한 고용보험 보호망 밖에 있던 노동자와 초단시간 근로자, n잡러(두 개 이상의 직업을 병행하는 사람)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만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줄어드는 만큼 사업주가 부담하는 고용 보험료가 늘어나 지속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책임만 강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7일 소득기반 고용보험 개편을 위한 '고용보험법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고용보험 가입 기준은 제도 도입 이후 30년간 주 15시간의 소정 근로시간이었다. 그러나 n잡 등 고용형태가 변화하고 잦은 입·이직 등 노동시장 내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어 관리체계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기준을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서 '실 보수'(소득세법상 근로소득)'로 바꾸기로 했다. 복수의 사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각 사업장의 소득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합산 소득이 기준을 넘으면 근로자 신청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고나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n잡러, 돌봄교실 기간제 교사, 가사도우미, 청소노동자, 대학생 주말 아르바이트생 등 고용보험 보호망 밖에 있던 근로자들도 고용보험 가입 혜택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적용기준이 소득으로 바뀔 경우 국세소득자료에 대한 전산 조회만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가입 누락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국세청에서 구축 중인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와 연계할 경우 미가입 근로자를 매월 확인해 직권 가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업급여(구직급여) 산정기준도 평균임금에서 실 보수로 변경된다.

    현재 고용보험료 징수기준은 보수지만 구직급여 지급기준은 평균임금으로 서로 달라 구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이직 전 임금을 추가로 확인해야 했다. 이에 구직급여 산정기준을 보험료 징수기준과 같게 해 별도의 절차가 필요 없도록 할 예정이다.

    또 구직급여액이 일시적 소득변동에 좌우되지 않도록 산정기간도 '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서 '이직 전 1년 보수'로 바뀐다. 고용부는 기준 변경과 절차 개선으로 간편하게 구직급여액을 산정할 수 있게 돼 지급 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 보호에 무게가 크게 실리면서 사업주 부담은 면치 못할 예정이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나눠 부담함에 따라 고용보험 수혜를 입는 근로자가 늘어나면 사업주 보험료 부담도 커지는 구조를 취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주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140만6000명에 달했다. 해당 근로자들이 여러 사업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합산해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고용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소상공인연합회는 폐업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고용보험료 중 사업주 부담액은 급여액의 최대 1.75%에 달하는데 고용 보험료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영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정부 재원 마련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고용 보험에 가입한다는 건 잠재적 실업 급여 지급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고용 보험 적립금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7조7000억원을 빌려 마이너스를 면하고 있음에도 작년 기준 3조5941억원으로 내년 말 소진될 예정이다.

    서울 소재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자 보호란 명목으로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공공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굳이 해당 제도를 시행하겠다면 정부의 부담을 더 강화하는 식으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