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오너일가, 비상장서 거액 '배당잔치'카카오·부영·하림·효성 등도 '마이너스 배당'편법 승계 수단… 피해는 상장사 주주 몫이사회 감시 역할, 금전적 제재 강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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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관세전쟁과 계엄·탄핵 국면으로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일부 재벌그룹 총수와 일가족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 배당잔치를 벌였다. 순이익보다 훨씬 많은 ‘폭탄배당’을 받거나 순손실을 기록한 기업에서 현금을 챙겨간 사례도 있다.

    13일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한국 재계서열 상위 기업집단 소속 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S그룹 비상장사인 삼양인터내셔날은 지난 1년여간 총 100억원의 배당을 시행, 당기순이익 91억9000여만원보다 많은 현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배당금 대부분(약 81억9000만원)은 최대주주인 허준홍 삼양통양 사장을 비롯한 GS그룹 오너 일가 4세 3명에게 지급됐다. 허 사장을 비롯한 GS그룹 오너일가는 역시 비상장사인 삼정건업과 승산에서도 각각 52억원과 80억원을 배당받았다.

    작년 33억5000여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카카오그룹 산하 비상장사 케이큐브홀딩스는 150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마이너스 배당성향(-447.1%)을 무릅쓰고 적자폭의 4.5배에 육박하는 배당을 시행한 것.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부영 부사장에게 각각 162억7000여만원과 31억6000여만원씩 도합 194억4000만여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광영토건의 당기순이익은 배당한 금액보다 50억원 가까이 적은 147억원이다.

    하림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닭고기 가공업체 올품도 자사 지분 100%를 보유한 하림그룹 회장 장남 김준영씨에게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42억4500만원을 배당했다. 효성그룹 비상장사 효성투자개발도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400억원의 배당을 실시, 이중 164억원 가량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본인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 한무쇼핑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에게 19억여원을 배당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전체 배당금의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배당은 현대백화점(약 85억원)과 현대쇼핑(약 15억6000만원), 한국무역협회(약 61억원) 등에 지급된 것으로 기재됐다.

    이밖에 현대자동차그룹 비상장 계열사 현대머티리얼은 100% 지분을 보유한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에게 3억원을 배당했는데, 현대머티리얼의 당기순이익은 약 253억원이고, 배당성향은 1.19%로 평가됐다.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막대한 배당을 안겨주는 행태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는 명백한 ‘배당 터널링’이자 편법 승계 수단으로, 주주 권익 침해와 경제 생태계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총수 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가 그룹 내 핵심 일감을 독점하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행위가 번번하다는 지적이다.

    총수 일가의 비상장사 배당 파티가 이뤄지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상장사 주주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상장사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줄고, 이에 상장사의 배당 여력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업을 사유화해서 품 안에 넣고 곶감 빼먹듯이 가족들과 자회사 관련 회사들에 이익을 나눠주면서 그 기업을 믿고 투자하는 일반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는 요인으로는 이사회의 감시자 역할 부재와 느슨한 비상장사 공시 의무 등이 꼽히고 있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 아래 놓인 이사회는 오히려 그들의 의사결정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경우가 많고, 비상장사는 배당 현황 등 주요 경영 정보의 외부 공개가 제한적이라 사익 편취 등의 행위가 외부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은 내부 제보나 이사회 내 감시와 견제가 아니면 밝히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이사회가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사회의 감시 역할과 금전적 제재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상법 개정안이 실효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강한 금전적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상법 개정 이후 주주 충실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주주 대표 소송이 활성화되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줄어들 수 있다”며 “상법 개정안에서 주주 충실 의무 위반 시 엄중한 벌금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위반에 대한 금전적 제재 수준을 높여야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