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아이스크림 불티 … 쇼핑몰은 실내 피서지로수박·배추값 폭등, 배달비 할증 … 자영업자 이중고기후플레이션 현실화 … "유통업계, 생존 전략 다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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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유통을 흔들고 있다. 계절성 이슈로 여겨졌던 더위가 소비 패턴과 매출 구조, 비용 전략까지 뒤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유통업계는 더 이상 여름을 기회의 계절로 보지 않는다. 에어컨과 빙과류 매출은 뛰지만 식자재값과 배달비는 치솟고 냉방비 부담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뉴데일리는 무더위 경제 속 유통업계가 마주한 현실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 ▲ 폭염 ⓒ뉴데일리DB
7월 초부터 시작된 역대급 폭염이 유통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일부 품목은 폭발적인 수요로 매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식자재 가격 상승과 배달비 부담, 유통 채널 전략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단순한 계절 현상을 넘어선 기후 변화가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8일 경기 광명과 파주 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는 40도 이상의 고온이 관측됐다. 7월에 40도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인 7월 말에서 8월 초를 앞두고 있어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인 2018년 8월 1일 강원 홍천 41도도 경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폭염은 소비 패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일본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가 2018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여름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에어컨, 음료, 아이스크림 등 계절 상품 소비가 평균 0.5%포인트(P)씩 증가한다.
실제로 이마트의 최근 이동식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0%, 아이스크림은 153% 급증했다. 롯데마트에서는 냉감 소재 의류가 50% 늘었고 홈플러스의 여름 침구 매출도 122% 증가했다. GS25에서도 이온음료 판매가 47.4%, 맥주가 21.4%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가전 양판점에서는 에어컨, 선풍기, 제습기 판매가 크게 늘었다.
소비자들은 냉방이 잘되는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로 몰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6월부터 7월 10일까지 방문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으며 스타필드 하남도 방문객이 약 15%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실내 쇼핑몰이 여름철 새로운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하지만 폭염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 여름 과일인 수박은 지난 11일 기준 평균 소매가가 개당 2만9115원으로 전년 대비 36.5%, 평년 대비 38.5% 상승했다. 배추 가격은 일주일 만에 27.4% 올라 4000원을 넘었고 무 역시 3일 동안 13.8% 이상 올랐다.
- ▲ 폭염ㆍ장마 여파로 채소류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온이 월평균 1도 오를 경우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최대 0.44%p 전체 소비자물가는 0.07%p 상승할 수 있다. 만약 온난화로 섭씨 1도 상승이 1년간 지속되면 1년 뒤 농산물 가격은 약 2%p, 소비자물가는 0.7%p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보니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크게 늘었다. 식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배달 기사에게는 폭염 할증이 붙으면서 배달 수수료가 오르고 있다. 여기에 냉방비 부담까지 겹쳐 고정비 압박이 한층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단순한 계절 현상을 넘어 유통 구조 전반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 여름을 기회의 계절로 봤다면 이제는 냉방비, 폭염 소비 패턴 분석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여름이 오면 매출이 자연스레 늘어나는 시기였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극단적이라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모은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는 단기적 물가 상승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높이고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최근 이상기후 현상 빈도가 잦아지면서 기후플레이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글로벌 기후 리스크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폭염이 계속되면 오프라인 유통이 위축되고 온라인 소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유통업계 전반에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변화로 농수축산물 물가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물가와 소비 위축이 겹친 복합 위기 상황"이라며 단기적 현상이 아닌 만큼 중장기적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