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부품AI서버·전기차에 필수… 가치 높아져초고성능·초고밀도 기술 요구해 진입장벽 높아
  • ▲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제품 학습회를 진행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제품 학습회를 진행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삼성전기가 전자 산업의 핵심 부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사업의 무게 중심을 AI서버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분야로 옮기고 있다. 초소형·초고용량 등 고난도 기술력을 앞세워 수익성 높은 신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학습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민곤 MLCC 개발팀 상무는 삼성전기가 가진 MLCC 강점에 대해 설명했다. MLCC는 반도체(AP, CPU, GPU 등)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신호간섭을 제거해 전자기기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부품이다. 최신 스마트폰에 1000개 이상, 전기차에는 수만 개가 사용된다.

    삼성전기는 고온, 고전압, 고습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성능 MLCC를 개발해 시장 선도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전자기기에도 산업·전장용 기술과 IT용 초고용량 기술을 접목해 선제 대응 중이다.

    이 중에서도 전기차에는 2만~3만개의 MLCC가, AI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의 MLCC가 탑재되는 만큼 성장 잠재력은 크다. 특히 AI서버에서는 고온(105℃), 고용량 제품이, 전장에서는 고온(125~150℃), 고압(2000V) 등 고신뢰성 제품이 요구된다.
  • ▲ 삼성전기 제품 학습회에 전시된 MLCC 제품 라인업ⓒ윤아름 기자
    ▲ 삼성전기 제품 학습회에 전시된 MLCC 제품 라인업ⓒ윤아름 기자
    MLCC의 크기는 0.2×0.1mm에서 5.7×5.0mm로, 머리카락보다 얇다. 내부에는 500~10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정밀하게 쌓여 있으며 고난도 마이크로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세라믹과 금속(니켈)을 고온(1000℃ 이상)에서 소결하는 공정에서 미세한 열팽창 차이를 극복해야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기는 MLCC 핵심 원재료인 세라믹을 자체 개발·내재화할 수 있는 소수 기업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2020년부터 부산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가동 중이며 국내 수원·부산에서는 연구개발과 신제품 생산, 중국 텐진과 필리핀에서는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앞으론 AI 서버, 전장 부품에 더욱 무게중심을 둔다는 계획이다. AI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5~10배 많은 전력을 소모하며 이에 따라 더 많은 MLCC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장 면적은 제한적인 만큼 초소형·초고용량 제품이 필수다. 또 고온(105℃ 이상), 고전압(100V), 높은 휨 강도(2mm)의 가혹한 조건을 견뎌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AI서버 시장은 2024년 1429억 달러(약 196조원)에서 2030년 8378억 달러(약 1150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소형화·고용량화 기술을 기반으로 AI서버용 MLCC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이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로 글로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삼성전기 제품 학습회에 전시된 MLCC 제품 라인업ⓒ윤아름 기자
    ▲ 삼성전기 제품 학습회에 전시된 MLCC 제품 라인업ⓒ윤아름 기자
    특히 전장용 MLCC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군인 만큼 IT용 대비 3배 이상 길고 까다로운 개발 기간과 검증 절차를 요구한다. 고온(125℃ 이상), 저온(–55℃), 고습(85%), 진동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는 정밀한 전자 제어가 필요해 고성능 MLCC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ADAS의 Lv.2 이상 보급률은 2025년 44%에서 2030년 65%로 확대되며, 관련 시장은 385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2021년 ADAS용 MLCC 2종, 2022년 파워트레인용 13종을 개발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6V급 세계 최고용량 ADAS용 MLCC와 2000V 전기차용 MLCC, 2025년에는 라이다 전용 MLCC 세계 최초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상무는 "아직 중국 업체들은 후발 주자로 삼성전기 주력하는 하이엔드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했고, 우리는 작은 파우더를 다루는 강점을 활용해 시장을 선도할 방침"이라며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시장에서 우리가 사업부 별로 준비하고 있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적기에 대응할 것이며 AI를 비롯한 전장 사업에서도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