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할인행사 반복 … 농가 혜택 체감 어렵고 물가안정 미봉책 비판농민단체 "할인행사 →수요 급증 →가격상승 구조로 물가안정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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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수박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물가 불안을 막기 위해 또다시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체감 물가를 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대책이 반복됐지만 행사가 끝나면 가격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5일 정부에 따르면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상영향으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우려되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할인 판매 지원에 나섰다.농식품부의 올해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은 기존 1080억원에서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1200억원이 더 얹어지면서 2000억원 넘는 예산을 쏟아붓게 됐다. 지난해 1782억원보다 27.94%(498억원) 더 늘어난 규모다. 해수부는 올해 본예산 중 1000억원을 편성해 수산물 상생할인 지원에 나섰다. 1차 추경에서 500억원 추가 편성돼 올해 수산물 할인 예산은 1500억원으로 늘어났다.이와 함께 정부는 비축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수입품목으로 대체할 수 있는 품목에는 0% 관세가 적용되는 할당관세도 연장 적용해 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물가차관회의에서는 감자 계약재배를 기존 1000톤(t)에서 확대하고 3200t 규모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권도 공매하는 한편 배추의 정부 가용물량도 3만5500t으로 두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한우도 공급량을 평시보다 1.3배 확대한다.오는 17일부터 3주간 인당 2만원 한도로 주요 농축산물에 최대 40%까지 할인 행사를 지원하고, 7~8월 두 달간 식품기업과 유통업계가 함께 참여해 라면,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최대 50% 할인 판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산물 유통업체를 통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대종성 어종 6종과 전복, 장어 등에 최대 50%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이처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할인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농축산물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할인 행사로 반짝 하락 효과는 나타나지만 장기적인 상승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축산물(4.3%)과 수산물(7.4%), 가공식품(4.6%)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실제 같은 기간 농축산물 물가지수는 121.31을 기록하며 전체 물가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민생과 밀접한 먹거리 중심의 물가 압력이 크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최근 폭염과 이상 기후로 농축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가격까지 견인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4일 기준 수박 한 통 평균 소매가격은 2만9816원으로 일주일 전(2만5319원) 보다 17.76% 올랐다. 평년(2만1021원) 대비로는 41.84% 급등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대중적 횟감은 광어는 지난달 도매가격 기준 kg당 1만9300원으로 1년 전보다 14.0% 상승했고 우럭은 같은 기간 kg 당 1만6125원으로 41.8%나 뛰었다.정부의 이번 할인 행사 추진을 두고 농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작 생산자인 농가는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고 유통단계에서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할인행사는 궁극적으로 농산물 가격에 대한 기저효과를 불러와 이후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비싸다는 인식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며 "일시적인 할인으로 수요가 급증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결국 다시 가격이 오르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할인행사는 지속가능한 물가 안정 수단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6개의 대형마트 지원액이 699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73%가 쓰였다"며 "농식품부가 대형마트에 예산을 줘 마트는 선심 쓰듯이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일정하게 할인해 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트가 물가가 올라가니 고통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업은 농식품부 예산 사업으로 그 규모가 엄청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