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깜깜이 공시 개미들 “희망고문 그만”대형 수주 계약 번복… 개인투자자 피해 눈덩이이재명 정부 '투명성 강화' 기조 역행 사례 눈총
-
- ▲ 하나기술ⓒ하나기술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하나기술이 여전히 ‘깜깜이’ 공시와 반복된 정정공시로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투명성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를 강조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공시에 주주들의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기술은 지난 4월과 6월 각각 프랑스와 미국향 공급계약 건을 잇따라 정정공시했다. 계약 기업은 여전히 비공개, 계약 종료일과 조건이 변경됐다. 계약을 믿고 산 개미(개인투자자)들은 “계약이 진짜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지난 4월 정정공시된 프랑스향 2차전지 조립라인 장비 턴키 계약은 2023년 9월 15일 체결된 계약으로, 계약 종료일이 기존 2025년 5월 1일이었는데 계약종료일을 하루 앞둔 4월 30일에 2026년 5월 15일로 1년 넘게 연장됐다. 계약금액은 141억 원(9,996,731유로)에서 약 124억 원(8,815,647유로)으로 축소됐다. 장비는 납품됐으나 고객사 공장 건설 지연으로 설치가 지연 중이라고 기재했다. 계약 기업은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미국향 계약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3월 약 1978만 달러(약 2900억원) 규모로 발표된 계약을 두 달 만에 1932만 달러(약 2800억원)로 줄이겠다는 내용의 정정 공시를 올렸다. 장비 사양 변경이 이유다. 이 역시 고객사 정보는 비공개다.하나기술의 깜깜이 공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6월엔 연매출을 뛰어넘는 1724억 원 규모의 대형 수주를 공시하며 주가는 6만원대에서 한 달 만에 14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그러나 1년 만에 돌연 계약 취소를 공시했다. 그 사이 전환사채(CB) 물량이 대거 출회됐고, 주가는 CB 전환가를 웃돌며 차익 실현의 통로가 됐다. 반면 개미 투자자들은 뒤처져 손실만 떠안았다.당시 발주처로 지목된 ‘수저우 신파워 에너지(Suzhou Xin-Power Energy)'는 업계에서조차 생소한 이름으로 의혹을 샀고, 결국 하나기술은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그럼에도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당시 장밋빛 전망과 실체 없는 대형 수주로 고점에 물리게 개인투자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주가는 10만 원을 넘던 시절과 비교하면 80% 하락한 2만 원대로 내려앉았다.문제는 여전히 깜깜히 공시 등으로 개미들을 울리는 희망고문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하나기술은 지난 7일 반도체 유리기판 TGV 기술 개발을 발표하며 다시 한 번 투자자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일부 고객사와는 장비 공급을 논의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 중 첫 장비 납품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그러나 주주들은 “장비 발주, 고객사 실명, 이행 데이터 없이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는 절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이 회사에 대한 신뢰는 바닥난 모습이다. 반복되는 계약 번복과 불성실공시로 개인 투자자들을 ‘투자 무덤’으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주주 오픈채팅방에서는 “이 회사가 무슨 사업을 한다 해도 무조건 의심부터 해야 하는 신뢰 제로 기업”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온다.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가치 제고 기조와도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주식시장 신뢰 회복과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며, 시장 부양에 힘을 실어왔다. 그러나 주주의 신뢰를 보호해야 할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를 사실상 방치하는 사이, 시장에선 주주 가치가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 간담회에서 “통정매매나 가짜 정보를 활용한 주가조작 등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형벌이 부과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불신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반복되는 불성실공시와 투자자 신뢰 훼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