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AI 모델 순위 매겨진다 … 전례 없는 AI 격전지로 부상8월 초까지 15개 참가자 중 5개로 압축, 27년까지 2개로 ICT기업, 앞다퉈 성적표·새 AI모델 공개하며 총성 없는 전쟁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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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tGPT
    정부의 국가 대표 AI모델을 선발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접수가 마감되면서 ICT 업계의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AI모델의 성능과 기능에 대한 다양한 비교가 이뤄졌지만 정부 주도로 이를 객관적 평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I 모델에 대한 순위가 매겨진다는 점에서 이번 K-AI 사업은 ICT기업의 미래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각축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 주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가를 신청한 곳은 총 15개다. 여기에는 AI에 적극적 행보를 펼쳐왔던 ICT대기업부터 스타트업, 연구기관까지 총출동했다. 이는 당초 기대 이상의 참여도다.

    주목할 점은 정부의 사업자 선정 방식이다. 정부는 5개 AI 기업을 선정해 연간 100억원 규모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인재 유치 비용 등을 지원하고 6개월 단위 평가를 통해 1개 팀씩 탈락시켜 2027년까지 최종 2개 팀으로 압축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의 경쟁은 두말할 것 없지만 최악의 경우는 1차 예선 격인 첫 5개 팀에 선발되지 않는 경우다. 과기정통부는 제출서류의 적합성 검토 및 서면평가를 통해 15개 팀을 10개로 압축하고 발표평가를 통해 10개 팀을 다시 5개 팀으로 압축해 8월 초 최종 5개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ICT기업이 총출동한 상황에서 첫 5개팀 안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독자 AI모델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ICT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AI모델의 성능을 측정하는 다양한 방식 중에서 자사에 가장 유리한 데이터만 골라서 공개하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정부주도로 성능, 기술력,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경쟁이 되고 향후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전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멀티모달 추론 기능을 강화한 AI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공개한 것에 이어 이날 경량화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 14B 씽크’를 공개하는 등 우리언어에 최적화된 AI 분야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이날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 생태계’를 공개하며 ‘엑사원 4.0’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AI 모델로, 메타의 라마 4 스카우트 모델과 견줄 수준의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차세대 LLM ‘솔라 프로 2’는 최근 독립 LLM 성능 분석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에서 10대 프런티어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선정된 AI 모델은 ‘솔라 프로 2’가 유일했다.

    이 외에 SK텔레콤은 지난 11일 글로벌 AI플랫폼 허깅페이스에 독자 구축 LLM인 ‘A.X(에이닷 엑스) 3.1 라이트’를 공개하고 높은 효율성과 경량화 성능을 선보였고 KT는 지난 9일 자체 개발 모델 ‘믿:음 2.0 Base’가 한국어 LLM 평가 지표 ‘호랑이 리더보드3’에서 파라미터 수 150억개 미만의 국내 기업 모델 중 성능 1위를 기록했더는 성적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카카오도 지난달 자체 AI ‘카나나’의 오픈소스 ‘카나나-1.5-8b-인스트럭트’가 ‘호랑이(Horang-i) 리더보드’에서 파라미터 80억개 이하의 모델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는 성능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NC AI는 지난 16일 한국어 기반 멀티모달 AI 모델인 ‘바르코 비전 2.0’ 기반 AI 모델 시리즈 4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특히 ‘바르코 비전 2.0 14B’는 국내 멀티모달 모델 중 최초로 세계 최고 수준급(SOTA) 성능을 기록했다. 알리바바의 오비스나 큐웬 모델 등 글로벌 오픈소스 비전언어모델(VLM) 중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 동급 모델보다 앞선 것.

    저마다 최고를 자부하는 AI모델의 격돌 속에서 조기 탈락에 대한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공공연하게 ‘6등은 될 수 없다’는 절박함까지 엿보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들은 자사 컨소시엄의 참여사에 대해서도 비밀유지계약(NDA)를 맺었을 정도다. 컨소시엄 참여사가 노출되면 전략과 방향성 등이 노출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과 개발 경험 외에도 파급효과와 기여계획에도 상당한 배점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당락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가 대표 AI라는 타이틀 획득은 해당 기업들에게 상당한 강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참가한 정예팀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필요한 GPU, 데이터, 인재 등 희망 자원을 자유롭게 제시하도록 하고, 추후 평가 등으로 적정규모를 검토한 뒤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