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독점 구도 흔들리자, 카드사 제휴 경쟁 본격화업계, 신규 고객 확보·브랜드 효과 노리고 PLCC 확대협상력 높아진 제휴사에 비용 전가…수익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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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주춤했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그간 현대카드가 주도하던 PLCC 시장의 독점 구도가 흔들리면서, 카드사들이 주요 제휴처 확보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스타벅스·배달의민족 등 인기 브랜드들이 잇따라 다른 카드사와 손잡으면서 시장 판도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다만 경기 부진과 가계대출 전방위 규제 등으로 카드업계 전반의 업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각 사가 PLCC를 돌파구로 삼으면서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협상 주도권이 브랜드로 쏠리며, 카드사들이 오히려 끌려다니는 ‘을의 위치’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 악화 우려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현대카드 이탈한 '간판 브랜드들' … PLCC 판도 변화 예고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최근 스타벅스와 제휴카드 출시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연내 제휴 카드를 선보이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2020년 현대카드와 국내 최초로 PLCC 계약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단독 제휴를 이어왔다. 기존 계약은 오는 10월 만료된다.배달의민족 역시 현대카드와 PLCC 제휴 계약 종료를 앞두고 신한카드를 새로운 제휴사로 결정했다. 신한카드는 이르면 이달 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8월 중으로 제휴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스타벅스는 1999년 국내 진출 이후 일반 제휴카드를 포함한 어떤 형태의 카드도 출시한 적이 없었으나 2020년 6월 현대카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월 '스타벅스 별' 적립 혜택을 담은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선보였다.배달의민족 역시 2020년 7월 현대카드와 제휴 계약을 맺은 뒤, 같은 해 11월 국내 최초 배달 애플리케이션 제휴카드인 '배민현대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카드는 출시 8개월 만에 10만장 이상 발급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이밖에 신한카드는 이달 들어서만 ‘카카오뱅크 줍줍 신한카드’, ‘GS ALL 신한카드’, ‘넥센타이어 신한카드’ 등 3종의 PLCC를 새롭게 출시했다. KB국민카드는 쿠팡과 제휴해 PLCC 상품을 운영 중이며, 롯데카드는 지난 4월 그룹 통합 PLCC인 ‘롯데멤버스 카드’와 ‘프리미엄’ 버전을 선보였다. 하나카드는 새마을금고와 손잡고 간편결제 특화 PLCC인 ‘MG+S 하나카드’를 출시했다.◇ 브랜드가 '갑' 된 PLCC 시장 … 카드사 명암 갈려PLCC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가운데, 충성 고객을 보유한 강력한 브랜드를 선점한 카드사는 웃고, 그렇지 못한 카드사는 흔들리는 등 브랜드가 '갑'이 된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스타벅스와 배달의민족이 각각 삼성카드, 신한카드로 파트너를 갈아탄 가운데, 이탈한 현대카드는 주도권 약화 논란에 직면했다.특히 업계에선 김덕환 전 현대카드 대표가 임기를 8개월 남기고 자진 사임한 배경 중 하나로 스타벅스와의 PLCC 계약 연장 실패를 꼽고 있다. 브랜드와의 협력 성패가 카드사 대표의 거취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자체가, PLCC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카드사의 전략과 경영 안정성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브랜드 중심 구조가 심화될수록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부담도 커질 수 있다.PLCC는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한 장기 사용 유도, 빅데이터 확보 등 장점도 있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브랜드 협상력에 좌우되는 '을의 계약 구조' 속에서 실속 없는 출혈 경쟁에 빠질 수 있다는 함정도 안고 있다.실제로 일부 카드사의 경우 PLCC 카드 관련 포인트 등의 혜택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기 브랜드의 협상력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고객 인지도가 높은 제휴사의 경우 카드사가 제휴 협상에서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카드사가 제휴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