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관족에서 영감받아 수중 접착 구조 고안서로 다른 팽윤 특성의 고분자 실린더를 직렬로 접합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해 빠르게 탈착 가능美펜실베이니아대와 국제 공동연구 진행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게재
  • ▲ 윤현식 교수.ⓒ서울과기대
    ▲ 윤현식 교수.ⓒ서울과기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화공생명공학과 윤현식 교수 연구팀이 불가사리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수중에서도 강하게 붙고 쉽게 떼어낼 수도 있는 새로운 접착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차세대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의 적용 범위를 크게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소프트 로보틱스는 말랑하고 유연한 소재를 이용해 사람과 안전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로봇 기술이다. 최근엔 바닷속에서 물체를 집거나 운반하는 수중 로봇 기술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물속에선 물체에 단단히 붙거나 쉽게 떼어내는 것이 쉽지 않아 해결 과제로 꼽힌다. 기존의 접착 기술은 주로 마른 환경에서 사용토록 만들어져 있어 수중에선 접착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연구자들은 문어, 홍합, 불가사리 같은 해양 생물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이들 생물은 단순히 빨판처럼 붙는 것을 넘어 주변 환경에 맞게 몸의 형태를 바꾸거나 외부 자극에 반응해 탈·부착을 조절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 불가사리 관족 움직임.ⓒ서울과기대
    ▲ 불가사리 관족 움직임.ⓒ서울과기대
    윤 교수 연구팀은 불가사리의 '관족' 구조에 주목했다. 불가사리는 관족을 이용해 바위에 붙거나 모래 속을 파고들며 움직인다. 불가사리의 관족은 길쭉한 원통형 줄기(stem)와 부드러운 말단(mouth)으로 이뤄져 있다. 외부 자극에 따라 말단이 퍼지면서 표면에 밀착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연구팀은 불가사리의 관족 구조와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수중에서 강한 접착과 빠른 탈착이 가능한 인공 관족(artificial tube foot)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팽윤(용매를 흡수해 부피가 늘어나는) 특성을 가진 두 종류의 고분자 실린더를 직렬로 접합하는 구조를 고안했다. 하부 실린더는 팽윤성이 낮은 고분자로, 상부 실린더는 수분에 반응해 팽창하는 하이드로젤로 구성했다. 물속에서 상부 실린더가 팽창하면서 원통형 구조가 컵 모양의 마우스로 변형되고, 기질 표면에 단단히 밀착되는 새로운 형태의 수중 접착 구조를 형성했다.

    이 인공 관족은 열, 공기압, 전단력, 빛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해 빠르게 탈착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 멀티모달 시스템은 기존의 단일 자극 기반 탈착 기술보다 높은 조작성과 응용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마이크로 LED의 전사 로봇 기술에 적용 가능하다. 복잡한 마이크로 가공 공정 없이 단순한 구조로 고기능을 구현함으로써 대면적 생산과 상용화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산업적 확장·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연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접착 전문가인 케빈 터너 교수, 재료공학 분야 권위자인 슈양 교수와의 국제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연구 논문은 다학제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23일(미 동부 시각 기준)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중점연구소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김동환 총장.ⓒ서울과기대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김동환 총장.ⓒ서울과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