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협상품목에 농산물 포함 공식 확인 국회 농해수위 소속 여당 의원도 반발 나서 농민단체 이날 전국농축산인 결의대회 개최
  • ▲ 한국후계농업경영인경상북도연합회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장벽철폐 반대 경북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통상 전략을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 한국후계농업경영인경상북도연합회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장벽철폐 반대 경북농민대회'를 열고 정부의 통상 전략을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3년 만에, 미국과의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소고기와 쌀 시장 추가 개방 문제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번 협상 품목에 농산물이 포함됐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농민단체의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식량 주권과 밀접한 쌀과 광우병 파동을 겪은 소고기는 우리 측 양보가 쉽지 않은 민감 품목이다.

    정부는 미국의 시장 개방 압박과 국내 농민 반발이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협상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한·미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농산물 분야의 비관세 장벽 완화다. 미국은 매년 발표하는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쌀 시장 추가 개방 △사과 등 과일 검역 절차 지연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지연 등을 언급해왔다. 

    미국은 농산물 추가 개방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하는 나라들을 두고 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발언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제한을 두는 국가들을 압박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완료한 국가들은 대부분 자국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거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쌀과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고 호주도 미국산 소고기에 자국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결과를 고려하면 미국은 한국에도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 수위를 높일 공산이 높다. 특히 트럼프 지지층이 아이오와와 네브래스카, 캔자스 등 미국 중서부 지역 농촌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고기와 쌀 등 비관세 장벽 분야 시장 개방에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그동안 소고기와 쌀에 대해 '레드라인'으로 표현하며 협상 대상에서 선을 그어왔지만, 최근 대통령실이 처음으로 협상 품목에 농산물이 포함됐다고 밝히면서 농산물 시장 개방이 추가적 개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농민단체는 물론 여당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소속 의원 11명은 26일 "한·미 통상 협상에서 농업을 협상 제물로 삼지말라"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쌀을 포함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검역 완화, 수입 규제 축소 등이 협상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농업이 또다시 희생을 강요받는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적 타협이 아니라 식량 주권과 국민 생존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심각한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민단체들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한우와 사과 최대 산지인 경북의 농민 500여명이 트럭 80여대를 동원해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경상북도연합회는 "추가 개방이 이뤄진다면 미국산 농축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이 더 거세지고 국내 농업 생산 기반 붕괴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도 한국농축산연합회·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축산관련단체협의회·농민의길 소속 단체장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전국농축산인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농민단체장들은 한미 관세협상 농축산물 개방을 반대하는 건의문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농민단체들은 그간 통상협상에서 농축산업을 수차례 양보해왔음에도 이번 관세협상에서도 농업 희생을 지렛대 삼는 협상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에 이어 추가적인 관세 인하와 비관세장벽 철폐로 이어질 경우 국내 농업생산기반 붕괴가 이어질 것이란 입장이다. 

    이들은 "농심을 외면하고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을 허문다면 220만 농축산인은 오는 8월 1일을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기일로 정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과의 '1+1' 협상에 나선다. 25% 상호관세 유에 시한을 하루 앞둔 최종적인 협상 조율로 조현 외교부 장관과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도 추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