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어 국내 증시에도 中 자본 러시韓, 기술 유출 우려에도 사전 심사 의무 전무日, 外人 지분 1%만 취득해도 사전신고 대상美, 전담기구인 CFIUS 통해 철저히 관리·감독
  • ▲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중국 자본이 한국 자산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시장에도 막대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불순한 의도로 유입되는 중국 자본을 막기 위한 장치는 느슨한 형국이다. 미국과 일본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아파트를 소유한 외국인 중 중국인 비중이 64%에 달하며 부동산 매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중국인 연평균 등기 건수는 1만2000여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국내 증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차이나머니의 국내 투자 급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잔액은 35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직접투자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 직접투자액은 2023년 대비 94.4% 증가한 124억2000만달러(17조1234억원)를 기록했다.

    중국 자본 유입이 계속될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 기업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이른바 '3%룰'이 포함되면서 이는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3%룰은 기업의 모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에 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감사위원 선임 투표에서 최대주주의 실질적 영향력은 감소했다. 소액주주와 외부 투자자 보호 강화라는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소수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투자자의 개입 여지가 확대된 셈이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 지분에는 중국 자본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특히 중국 콘텐츠 기업 텐센트는 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로 올라섰고 크래프톤과 넷마블 지분을 각각 13%, 17% 가량을 확보했다. 시프트업은 34%에 달했고 카카오도 6% 가까이 투자했다.

    3%룰이 현실화할 경우 텐센트는 콘텐츠·지식재산권(IP) 산업 전반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된다. 감사위원회 구성에 관여하게 되기 때문에 회계 감사는 물론 자회사 업무 및 재산 조사, 회사 대표 소송 권한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외국인 투자에 대해 관대하다. 2023년에는 외국인 투자 규자를 완화해 자본시장 문턱을 낮췄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위해 2023년 외국인 투자자등록제를 폐지하고 투자 내역 보고 의무도 없앴다. 자본시장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등에서 기간산업 등 국민경제에 중요한 산업을 영위하는 일부 상장법인에 한해서만 외국인 주식 보유 한도를 설정했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무기, 항공기, 우주개발, 전기, 가스, 통신, 방송, 철도, 휴대전화제조 등 업종의 자국 기업 주식을 1% 이상 취득할 경우 사전신고를 통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술 유출 우려를 염두에 둔 조치다.

    미국 역시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민감 산업 투자를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동성애자 데이팅 앱 그라인더(Grindr)의 중국인 소유주에게 지분 매각을 명령했고, 2021년에는 중국계 사모펀드의 한국계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 인수를 저지했다. 국가 안보와 정보, 공급망 등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밀려드는 외국 자본에 대한 관리 부실이 '제2의 쌍용차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철수하면서 쌍용차가 법정관리로 내몰린 사례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런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국가와 기업 모두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