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3% 급등한 7만400원 … 작년 9월 이후 약 11개월 만반도체주 전반에 온기 확산 … ‘KRX 반도체’ 2%대 상승파운드리 사업부 부활 신호탄 … 증권가 “의미 있는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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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만전자’가 돌아왔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장(6만5900원)보다 6.83% 오른 7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종가 기준 7만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4일(7만원)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각각 6845억원, 2548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견인했다. 반면 개인은 9885억원을 순매도했다. 거래량은 3529만주, 거래대금은 2조42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삼성전자의 강세는 반도체주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국내 주요 반도체주들로 구성된 ‘KRX 반도체 Top 15’지수는 수주 공시 이후 2.47% 상승하며 34개 테마형 지수 중 1위를 기록했다. KRX 산업지수 중에서도 ‘KRX 반도체’ 지수가 2.92%로 오름폭이 가장 컸다.

    지수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원익IPS는 15.38% 급등한 데 이어 ▲ISC(5.15%) ▲고영(4.30%) ▲HPSP(4.29%) ▲테크윙(3.52%) ▲리노공업(3.27%) ▲주성엔지니어링(2.94%) ▲티씨케이(2.83%) ▲DB하이텍(1.88%) ▲이오테크닉스(0.47%) 등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젬백스(-5.19%)와 LX세미콘(-1.92%), SK하이닉스(-1.50%), 한미반도체(-0.58%)는 하락 마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기업과 22조764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총매출액 300조8709억원의 7.6% 규모며 반도체 부문 단일 고객 기준으로는 최대급이다.

    삼성전자는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 상대와 세부 조건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27일(현지 시각)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계약 사실을 알렸다.

    머스크 CEO는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서 “삼성의 새로운 텍사스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16 반도체 칩 생산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며 “이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아왔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9% 급감한 4조6000억원에 그쳤는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부진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전자도 설명자료에서 “DS는 재고 충당·첨단 AI(인공지능)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시인했다.

    부진이 이어지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설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외신을 통해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을)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이 금액적인 부분에서는 큰 수치가 아니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결국 많은 제조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선단 공정에서 수주가 필요했던 삼성전자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수주”라며 “향후 파운드리 사업부의 의미 있는 수익성 창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지만, 인텔이 14A·후속 공장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보류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공급 계약을 수주한 것은 의미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발(發) 관세 우려가 여전히 제기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27일(현지 시각) 미국과 EU(유럽연합) 간 무역 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를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고사양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원가 부담, 가격 상승 압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모든 조사 대상이 관세에 포함되면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삼성전기, LG이노텍, SK실트론 등 부품·장비업계도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들의 고객사들은 관세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주문을 증가시켰는데, 모든 공급업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아니지만, 풀인(선구매) 수요가 있었다는 점은 하반기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며 “전방 산업별로 재고수준이 다르기에 각 업황별로 면밀하게 하반기 수요에 대한 검증 절차가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관련 경쟁력·프리미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할 수 있지만, 이를 주가가 기반영했기 때문에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주요 고객사향 HBM 점유율이 일부 하락해도 경쟁력 우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