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5대 은행 기업대출 증가율 1.1% 수준에 머물러은행권 하반기 기업대출 확대 포트폴리오 계획 발표은행 대출 연체율 8년6개월 만 최대…중소기업 대출 큰 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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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 놀이는 그만두라"는 정부의 경고에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내부적으로는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829조7384억원으로 지난해 말(820조6225억원) 대비 9조1159억원(1.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734조1350억원에서 754조8348억원으로 2.82%(20조6998억원) 늘어난 것 대비 증가폭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는 은행들이 리스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주로 여신을 운용하며, 보다 적극적인 기업금융 확대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이자 놀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은행권을 겨냥한 것도 이런 기조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손쉬운 주택담보대출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며 은행권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 같은 대통령의 지적 이후,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기업대출 확대 방침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며 정책 기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종민 KB국민은행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간 6~7% 수준의 여신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빈 신한은행 CFO도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는 상반기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성장 여력을 기업 대출 쪽에서 확보한 상황”이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시장에서의 자산 성장을 하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연체율 급등을 이유로 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문턱을 높였었다"며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이자장사 비판에 당장 올 하반기부터 기업 대출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8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문별로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0.77%로 전월 말 대비 0.09%포인트 뛰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95%로 한 달 사이 0.12%포인트나 오른 영향이 컸다. 특히 중소법인의 경우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대 연체율을 돌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연체율이 급증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들에 대한 대출 크게 무리해 늘릴 경우 곧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러나 대기업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자금 수혈이 필요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 외면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