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선 퇴출 본격화로 공급망 재편 속도국내 전선업계 시공 역량 강화하며 선점 나서현지 생산 거점 확대해 관세·규제 대응력 높여
  • ▲ LS전선 직원이 구미 공장에서 초고압 직류(HVDC)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LS전선
    ▲ LS전선 직원이 구미 공장에서 초고압 직류(HVDC)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LS전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해저케이블을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한 규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와 시공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을 비롯한 해외 적대 세력의 해저케이블 인프라 참여를 차단하는 새로운 규정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규제는 사이버 및 물리적 위협을 이유로, 중국산 해저케이블이 미국 인공지능(AI)과 차세대 기술 분야 주도권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나온 조치이다.

    최근 해저케이블 안보는 단순 기술적 문제가 아닌, 국가 간 전략적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관련된 해저케이블 훼손 사건이 잇따르며,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규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투자 정책’의 일환으로, 현지에서 전력케이블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게 장기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의 북미시장 공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통신용 해저케이블은 국내 전선업계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전력케이블의 하위 개념으로, 향후 통신 케이블 규제가 전력망과 전력케이블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1조 달러 이상의 전력망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진입 제한은 국내 전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전선업계는 미국의 구리 관세 등 관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찍이 현지 진출을 검토해왔다.

    LS전선은 미국 동부 연안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에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기준 현지 시장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7~8% 수준이지만 약 1조원을 투자해 지난 4월,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했다.

    LS전선은 향후 10년간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인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의 2986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100% 참여해 해저케이블 포설선(CLV)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LS마린솔루션 발행가액이 최초 기준가보다 50% 넘게 상승하면서 조달 자금이 당초보다 늘어났다”며 “이 자금을 신규 CLV 도입 등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역시 지난해 달성한 약 3조7000억원의 신규 수주 중 미국 시장에서만 약 7200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관세 이슈 등으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지 생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최근 해저케이블 시공 전문 법인인 오션씨엔아이를 인수하는 등 시공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저케이블 설계부터 제조, 시공까지 사업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턴키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이번 규제가 통신용 해저케이블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향후 전력용 해저케이블로 확장될 수 있는 만큼,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