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안정적 리더십 속 글로벌 진출 '밸류업’ 시동1분기 우리은행 11개 해외법인 순이익 664억, 전년비 57.9% 급증내부통제 혁신·AX 전략 병행 추진…'안정-확장' 균형 모색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마무리, 비은행 해외 시너지 강화 포석
  • 한국 금융 산업의 무게중심이 국경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지정학 리스크 속에서도 4대 은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북미 등지에서 뚜렷한 성적표를 내기 시작했다. 이자 장사에 기대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현지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영토를 넓혀나가는 중이다. 이제 해외 시장의 성적표는 단순한 '부가 수익'이 아니라 '성과'와 '지속 가능성'이 새로운 잣대가 됐다. 글로벌 뱅크로 진화 중인 K-금융의 현주소와 향후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행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보는 시각이다. 취임 이후 그는 거창한 구호보다 차분한 실행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이에 힘입은 우리은행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임 회장의 안정적인 리더십과 실무진의 치밀한 전략이 맞물리며 '조용한 질주'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법인 실적 '점프' … 전략적 거점 확장

    올해 1분기 우리은행의 11개 해외법인 순이익은 664억 7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9% 급증했다. 전체 순이익 비중도 10.5%로 두 배나 뛰었다.

    특히 캄보디아우리은행은 전년 동기 68억 9300만원 적자에서 164억 400만원 흑자로 전환, 해외 실적 1위를 기록했다. 러시아우리은행은 충당금 환입과 운용 수익 증가로 126.7% 증가한 75억 1100만원을 거뒀으며, 베트남우리은행은 156억9000만원으로 19.1% 늘었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도 134억 9800만원을 벌어 해외법인 순익 3위에 올랐다. 

    유럽 거점 확대에도 속도가 붙었다. 3월 바르샤바 지점 개설을 시작으로 9월 폴란드 지점 개설을 추진, 독일·영국과 함께 '유럽 삼각편대'를 완성했다. 미국에서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이 104억4000만원의 순이익(27.7%↑)을 기록했다. 텍사스 오스틴 지점 신설을 통해 반도체·전기차 클러스터 금융 수요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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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금융
    ◆ 임종룡式 '저소음 고속질주' 리더십

    임종룡 회장은 2023년 초 취임 이후 내부 결속과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취임 이후 부당 대출 등의 내부통제 재정비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그리고 해외 투자자 신뢰 회복까지 빠르게 진두지휘하며 리더십을 입증했다. 폴란드 지점 개설, 북미 거점 확장, 동남아 리테일 강화 모두 그의 임기 내에 속도를 낸 프로젝트다.

    임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우리은행의 글로벌 부문 수익 비중은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특히 올해 들어 AI전환(AX)을 전 그룹 전략으로 선언하며, AI·핀테크 기반의 새로운 글로벌 영업 체계 구축에 나섰다. 글로벌 사업 확대와 내부통제 혁신을 병행하며 '안정-확장'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그룹 전략은 금융권 내 '젊은 피'로 꼽히는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1968년생인 정 은행장은 내부 출신 중 최연소 행장 후보로, 과거 중소기업금융 전략과 본점영업, 그룹전략 업무까지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특히 대규모 횡령 사건 이후 실추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신뢰 회복과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정 은행장은 취임 당시 "성과 중심 인사와 절대평가 방식 도입으로,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강한 개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도 정 은행장은 '실행형 리더'로 불리며, 향후 해외 확장과 AX 전략 현장 실행을 진두지휘할 핵심 축으로 꼽힌다.

    ◆ 동양·ABL생명 인수, 글로벌 시너지 출발점… 2030년 글로벌 순익 25% 달성

    우리은행은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전체의 25%까지 늘려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7월 마무리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는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를 한 단계 확장시켰다. 은행·카드·캐피탈·증권에 생명보험이 더해지며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했고, 이는 해외 진출 전략에도 새로운 동력을 부여한다. 

    보험업은 규제 장벽이 높지만 안정적인 장기 수익과 현지 네트워크 확장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임 회장은 이번 인수를 글로벌 리스크 헤지와 시너지 창출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보험 기반 리스크 솔루션 사업과 현지화된 방카슈랑스 모델 도입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그는 5월 홍콩 IR에서 해외 투자자에게 직접 보험 인수의 전략성과 내부통제 안정화, AI 기반 신성장동력을 설명하며 외국인 주주 비중 확대와 ESG 평판 제고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다음 과제는 은행 중심 수익 구조를 보험·핀테크·해외법인으로 확장해 투자자 관점에서 매력적인 ‘글로벌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의 스타일은 느리고 조용해 보이지만, 장기적 그림 속에서 보면 매우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이라며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속도가 올해부터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