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협상때 보잉 항공기 구매 압박 이어가 통합 대한항공 앞두고 기체 추가 도입 가능성 높아져재계 '톱7' 총수들과 이름 올려… 무역흑자 조정 역할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길에 동행하면서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추가 구매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협상 과정에서 동맹국 항공사에 보잉 기재 구매를 강하게 압박해온 만큼 이번 순방에서도 '선물 보따리' 성격의 주문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영국, 홍콩,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여러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보잉 항공기를 대거 구매했다. 일본은 100대를 도입했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각각 50대, 방글라데시는 25대를 발주했다. 인도는 36억달러 규모의 P-8 대잠초계기 도입을 검토 중이며 홍콩 항공사도 보잉 기재 14대를 주문했다. 

    값 비싼 항공기가 무역 흑자를 조정하는 대표 협상 카드로 활용된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올해 보잉·GE에어로스페이스와 327억달러(약 48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 777-9 20대와 보잉 787-10 20대를 각각 2033년까지 도입하는 방안이다. 

    특히 해당 계약에서 향후 항공기 10대를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장거리 노선용 항고기 10대 이상의 추가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기종 현대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에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 등 재계 '톱7' 총수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점도 주목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소속된 한진그룹은 공정위가 지난 5월 발표한 자산 기준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12위이나, 항공산업 특성상 미국과의 이해관계가 크고 보잉 구매가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그룹 총수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안을 준비한 것처럼 대한항공은 항공기 발주 카드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잉은 트럼프 행정부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737 맥스 결함 사태와 팬데믹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정부 지원 논의까지 거론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추가 구매는 미국 제조업 지원과 한·미 경제 협력 강화라는 외교적 의미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다만 추가 항공기 구입에 따른 재무 구조는 부담 요인이다. 대한항공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11%로 높은 수준이다. 팬데믹 기간 채권 발행과 차입 확대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대규모 추가 발주는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기종 현대화와 통합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차입 구조가 악화되면 신용도에 압박이 될 수 있다"면서 "재무 안정성과 성장 전략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항공의 추가 발주는 정치·외교적 메시지와 기업의 전략적 필요가 맞물린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