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보조금 대가로 지분 10% 인수 검토"안보 앞세웠지만 반도체 영향력 확보 노렸단 평가정치적 액션에 그칠 가능성도… 한미 정상회담 의제되나
  •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 등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관세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빠르게 미국 생산 기지를 지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 대가로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자금을 지원받아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마이크론, 삼성전자, TSMC 등에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러트닉 장관이 인텔 지분 10%를 확보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다른 기업으로까지 지분 인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 정부는 인텔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미국 정부가 나서 민간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단순 보조금이 아닌 투자를 통해 접근, 국가 안보·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 깔렸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러트닉 장관은 경영 통제 의도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외신들은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결권 등 경영 간섭은 없을 것이라면서 “바이든 전 행정부 아래에서 보조금이었던 것을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는 지분으로 전환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 1주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상태다. 황금주는 황금주는 한 주만 보유하더라도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주식이다. 즉, 일본제철의 투자 축소 및 해외 이전, 공장 폐쇄 등을 미국 대통령 승인 없이는 하지 못하게 된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향후 황금주가 US스틸 경영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이 시행되는 경우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미국 내 생산설비를 구축 중인 모든 반도체 기업은 직접적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이들이 확정받은 반도체 지원금은 TSMC 66억 달러(한화 약 9조2136억원), 삼성전자 47억5000만 달러(약 6조6310억원), SK하이닉스 4억5800만 달러(약 6394억원)다.

    인텔의 경우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미국은 물론 어느 정부의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 경영권 간섭 등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의 지분 10%를 확보하는 경우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20.15%에 이은 2대 주주가 된다. 국민연금공단(7.75%), 블랙록(특수관계인 포함) 약 5% 를 웃도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트럼프 정부가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20.07%, 국민연금공단(7.35%)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어 국내기업들은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삼성은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미터터(㎚·1㎚=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테슬라용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테슬라와의 계약규모는 22조원으로 삼성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해당 공장 건설에 차질이 생기면 파운드리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텔 지분 확보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자국 여론을 의식,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지분 확보를 추진하겠다 밝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또한 오는 25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가 협상력을 가져가지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가 각각 한국·대만 기업인데다 자국 증시에 상장돼 있어 미국 정부가 현실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일본제철에 요구한 것처럼 황금주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