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까지 4대 확보, 국산 전자전 역량 시험대KAI-한화, 체계통합·재밍기술 강점LIG-대한항공, 전자전 노하우·개조 경험
  • ▲ KAI가 개발한 KF-21 전투기 ⓒKAI
    ▲ KAI가 개발한 KF-21 전투기 ⓒKAI
    국내 방산업계가 1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을 두고 정면 승부에 나선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대한항공이 각각 컨소시엄을을 이뤄 뛰어들었다. 오는 9월 제안서 제출을 기점으로 수주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을 공고했다. 오는 2034년까지 전자전기 4대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체계 개발부터 양산까지 사업규모는 1조7775억원이다. 

    이번 사업은 방산업체가 주관으로 진행돼 설계부터 체계 통합까지 도맡게 된다.  

    전자전기는 적의 레이더와 통신을 무력화해 아군 전투기를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전장의 무기'로, 우리 군이 독자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전시에는 재밍(Jamming) 임무로 적 방공망과 지휘체계를 교란하고, 평시에는 위협 신호를 수집·분석하는 전략 자산으로 운용된다. 이 전자전기 시장은 올해 미화 80억불 규모에서 오는 2033년에는 140억불로 연평균 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미국, 러시아, 중국만이 실전에서 운용된다.  
  • ◆ KAI-한화, 체계통합·재밍 기술로 '완전 국산형' 강조

    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은 국산 항공기 개발과 감항인증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KAI는 KT-1 훈련기부터 KF-21 전투기까지 이어진 30여 년의 개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체계통합 역량으로 전자전 항공기 개발을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KAI는 항공기 최적화 설계부터 체계통합까지 자체 수행이 가능하고 유인기 시험 평가 및 군민 감항인증 전환 경험을 갖춘 유일한 기업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그간 다양한 항공기 플랫폼 개발을 거치며 사업 관리 및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갖춘 점도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KF-21EX, 유무인복합체계 등 전자전 항공기 국내 기술 연속성 및 활용성이 높다는 점도 이번 전자전 체계개발 사업에서 돋보이는 지점이다. 

    KAI는 KF-21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다 개발을 맡고 있는 한화시스템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 연속성을 높였다. 한화시스템은 재밍신호 생성기와 위상배열 안테나, 고출력 송신장치 등 전자전 핵심 장비 개발 능력을 갖추고, 국내 유일 AESA 레이더를 실항공기에 적용한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TAC-ELINT, 소형무장헬기 레이다경보장비 등에서 디지털 수신기·위상비교방향탐지 기술을 국내 최초로 적용하며 전력화를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KF-21용 AESA 빔조향 전자전 수트 개발에도 착수해 다중 위협 대응 능력을 확보했으며 임무컴퓨터·다기능시현기 등 핵심 항전장비를 100% 국산화했다.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대 핵심 기술 중 3개(AESA 레이다, IRST, EO TGP)를 독자 개발하는 성과도 거뒀다.
  • ▲ LIG넥스원이 체계통합을 추진하는 한국형 전자전기 형상 ⓒLIG넥스원
    ▲ LIG넥스원이 체계통합을 추진하는 한국형 전자전기 형상 ⓒLIG넥스원
    ◆ LIG넥스원-대한항공, 47년 전자전 노하우와 개조 경험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은 전자전 장비 개발과 민항기 개조 역량을 앞세워 맞서고 있다. 

    LIG넥스원은 47년간 국방과학연구소와 전자기전 기술을 축적하며 육군 전술전자전장비, 해군 함정용 전자전장비(K-전자방패), 전투기용 ALQ-200 등을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항공 플랫폼 SIGINT 체계와 KF-21 통합전자전장비 개발을 앞두고 있으며, 2023년 말레이시아 FA-50 RWR, 2024년 페루 해군 함정 전자전 솔루션 수출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군용 항공기 체계개발·정비 경험과 민항기 개조 역량을 기반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조한다. 

    P-3C 해상초계기 성능개량, 백두 1차 사업 등에서 민항기를 군용기로 개조해 감항인증을 확보했으며, 2020~2023년에는 B777 여객기 10대와 A330 여객기 6대를 화물기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이외에도 공중급유기와 대통령 전용기의 운영·정비를 맡아왔으며, 올해 5월에는 방위사업청의 UH-60 성능개량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종 사업자 선정은 올 하반기로 예상된다. 각 컨소시엄은 내달 초까지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고 올해 10월쯤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계통합 경험과 재밍 기술력, 전자전 노하우와 개조 경험 가운데 어디에 무게가 실리느냐가 승부처"라며 "국내 전자전 역량 강화는 물론, 향후 방산 수출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