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직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삼성·SK·현대차·LG에 엔비디아·구글 참석1500억 달러 대미 투자 계획 양국 협력 재확인이재용, 젠슨황과 포옹 눈길… "반도체 동맹 상징"
  • ▲ 류진 한경협 회장,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사절단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구자은 LS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이재현 CJ회장, 허태수 GS 회장,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류진 한경협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한경협
    ▲ 류진 한경협 회장,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사절단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구자은 LS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이재현 CJ회장, 허태수 GS 회장,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류진 한경협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한경협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약 208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 한미 경제 협력을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국내 대표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미국의 혁신역량과 한국의 제조 기술을 결합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같은 전략산업까지 포괄하는 대규모 파트너십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오후 워싱턴 D.C. 소재 윌러드 호텔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맞춰 개최된 이번 회의에는 양국 대표 경제인과 정부 인사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주관단체인 류진 한경협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도 거물급 기업인이 나왔다. AI 반도체 부문 세계 1위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세계 최대 규모 대체투자 운영사인 칼라일 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회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세계 1위 Applied Materials사의 게리 딕커슨 CEO, 생명과학 연구 장비 분야의 세계 1위 Danaher사의 라이너 블레어 CEO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미 기업인은 ▲첨단산업(반도체·AI·바이오) ▲전략산업(조선·원자력발전·방위산업) ▲공급망(자동차·배터리) 분야로 나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미국의 혁신 기술력과 한국의 제조 경쟁력이 결합하면 세계시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양측은 AI 시대에 맞는 제조업 첨단화, 에너지 전환 과제, 방산·우주 분야 신규 협력 의제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동 연구와 기술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 바이오산업에서는 공동 연구개발(R&D)과 기술 협력 이니셔티브가 제안됐다.

    특히 핵심 협력 산업으로 꼽히는 조선업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는 점을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이 밖에도 한국의 신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등 에너지 전환과 핵심 광물 조달 등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은 물론, 양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한 상호 간 조언도 이뤄졌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순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이었다. 이들은 이날 윌러드 호텔 리셉션에서 두 사람은 반갑게 포옹하며 재회를 기념했다. 이 장면은 "AI 반도체 동맹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 이후 국내 기업들은 일제히 저마다의 분야에서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우선 HD현대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맞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와 관련한 첫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날 HD현대는 미국 현지에서 KDB산업은행 및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서버러스 프런티어와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시작으로 선박 건조, 기술 지원, 인력 양성 등 미국과 조선업 협력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조선소와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비거 마린 그룹과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 분야 첨단 기술력, 운영 노하우, 최적화된 설비 등을 기반으로 미 해군 및 해상수송사령부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 달러(한화 약 36조원) 규모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 백악관에서 발표했던 2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이번에 늘린 투자분은 미국 내 '로봇 공장 신설'과 '자동차 생산능력 강화' 등 기존에 발표된 부문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한미 양국의 전략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해 온산제련소에 게르마늄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투자금은 약 1400억 원이며 내년 상반기 중 착공할 계획이다. 2027년 하반기 시운전 후 2028년 상반기 상업가동한다. 해당 공장은 연간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GeO₂)을 게르마늄 메탈 환산 기준으로 약 10톤 생산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엑스-에너지 등 미국 기업들과 대형 원전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4개사는 SMR 설계·건설·운영·공급망 구축·투자·시장 확대 등에 협력한다. 특히 AWS가 약 7억 달러를 투자한 5기가와트(GW) 규모 SMR 상용화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류진 한경협 회장은 한국 경제계 대표 발언을 통해 "한국기업들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며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1500억 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라며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등 전략산업, 그리고 공급망과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이 함께한다면, 제조업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