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서 다시 만나HBM4 시대 양사 협력 수위 초미의 관심삼성전자, 대미 추가 투자 계획은 아직
  • ▲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포옹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포옹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엔비디아와 AI(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에 속도를 높일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계획 수립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양국의 거물급 기업인들이 총 출동한 가운데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간의 만남이 주목받았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난 이 회장과 황 CEO는 반가운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환대했다. 양사는 이미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핵심 공급망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앞으로 양사의 사업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오랜 기간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들어가는 그래픽D램인 'GDDR'을 공급해왔고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엔비디아 GPU를 생산하기도 하며 견고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고 있는 최근 들어서는 삼성이 풀지 못한 숙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또 다른 공급사인 SK하이닉스 대비 중점적으로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삼성이 현재 마주한 가장 큰 과제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5세대 HBM인 'HBM3E' 시대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에 입성하지 못하고 품질 검증 단계에 머물고 있어 삼성으로선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사이 SK하이닉스는 HBM3E를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인 '블랙웰' 시리즈에 사실상 독점 공급해 AI 메모리 시장 최강자로 올라섰고 삼성 중심이었던 기존 메모리 시장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차세대 HBM인 'HBM4'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HBM4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샘플 제공을 진행 중이다. 내년 출시되는 엔비디아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가 유력한 HBM4에서는 HBM3E와 달리 승기를 먼저 잡기 위한 삼성의 절치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과 황 CEO의 연쇄 회동은 앞으로 양사 간의 HBM을 비롯한 비즈니스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주목도가 높은 것이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덜고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시작한만큼 무엇보다 엔비디아와의 확실한 HBM 공급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순위에 놓일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삼성이 이미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공급하고 본격적인 공급망 입성 절차를 밟게 되는 과정에 돌입하면서 이 과정이 이전 세대 제품 때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물론 삼성 HBM의 제품력이 엔비디아의 요구사항에 맞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품질 검증 절차를 밟고 난 이후 실제 공급 계약이 이뤄질 때 공급 규모나 가격, 물량 등의 협상에서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의 새로운 대미 투자 방안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 상황이지만 이 회장이 투자 방안에 대해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정상회담에서 관련 투자 계획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후 삼성이 시간을 갖고 미국 추가 투자에 나설지, 혹은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와 보조금 이슈를 풀어낼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선 이번 정상회담에서 삼성이 추가적으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삼성이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맺고 애플과도 이미지센서 공급 계약에 추가로 나서면서 이 같은 미국 주요 기업들과의 신규 거래로 대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건설 중이고 여기에 추가 투자할 가능성이 거론된만큼 앞으로 한동안은 삼성이 미국에 추가 투자할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는게 업계의 공통적 생각이다. 이 회장도 이번 방미 이후 미국 투자와 같은 반도체 분야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