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30% 축소시 가동률 90% 회복 전망손 놓으면 54%까지 떨어져… 마지막 골든타임정부지원 뒤로 밀려… 기업들 "인센티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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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화학 나프타 분해시설(NCC).ⓒLG화학
정부가 국내 석유화학사 10곳에 NCC(납사분해설비) 전체 생산능력 25% 감축을 주문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실제 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1일 업계에 따르면 NCC 설비를 약 30% 줄이면 70%까지 떨어진 가동률이 2019년 이전 정상 수준인 90%로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NCC의 안정적 손익분기점은 약 85%다.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가 발간한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넷제로 로드맵’은 이 같은 NCC 감축으로 현재 1280만t 규모 에틸렌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920만t(약 30% 축소) 수준으로 낮출 경우, 가동률 회복은 물론 탈탄소 혁신기술 도입과 맞물려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정부도 지난 20일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자율 협약식’을 열고, 총 270만~370만t 규모 NCC 감축을 업계와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NCC 총 생산능력은 약 1200만t으로, 이번 정부의 감축 목표는 보고서의 성공적 구조조정 시나리오와 궤를 같이한다. - 정부 주도 구조조정 vs 시장 자율 재편, 2030년 가동률 '90%냐 57%냐'보고서는 △시장 논리에 따른 재편(베이스 시나리오) △정부 주도 구조조정(구조조정 시나리오) 등 두 가지 전망을 제시했다.베이스 시나리오에 따르면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NCC 가동률은 2025년 71% → 2030년 57% → 2035년 54%로 하락해 장기간 수익성 악화가 이어진다. 결국 2040년까지 일부 기업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며 늦은 시점에서야 생산 감축이 이뤄지는 그림이다. 최종 감축은 같지만 산업 전반의 고통이 장기화되는 시나리오다.반면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2025~2030년 사이 NCC 설비의 3분의 1을 선제적으로 감축하고 범용제품 포트폴리오를 줄이는 방식이다. 비효율 설비가 정리되면서 가동률은 2030년 90%, 2035년 86% 수준으로 유지된다. 특히 2030년 이후 부생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 전기가열로 등 탈탄소 기술이 결합되면 중장기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보고서는 두 시나리오 모두 2040년에는 NCC 가동률 약 86%로 수렴하더라도, 정부 주도의 조기 구조조정만이 산업 재편·수익성 개선·탈탄소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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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다섯번째)과 국내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달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유럽,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회복앞서 일본도 석유화학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다. 정부도 이러한 일본 사례를 구조조정 정책에 참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일본은 1970~80년대 석유파동 이후 정부 주도로 ‘1지역 1사’ 원칙을 세워 범용제품 설비를 통합하고, 영업권 양도·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부터 NCC 가동률을 90%대로 끌어올렸고, 이후 전자소재·정밀화학·바이오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당시 정부의 금융지원과 유보이익금이 구조개편의 기반이 됐다.삼일PwC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공정거래 심사, 주식매수청구권, 세금 부담 등 제도 장벽을 지적하며, 일본 사례를 반영해 실질 인센티브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유럽은 1990년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최근 중동·중국 증설과 러시아산 원료 대체 영향으로 원가 경쟁력이 약화되며 노후 설비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엑손모빌은 프랑스, 사빅은 네덜란드에서 NCC 설비 폐쇄를 발표했다.'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 업계 혼선정부가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했지만 업계 일선에서는 혼선이 적지 않다. 정부가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을 원칙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각 기업이 자체 사업 재편안을 마련해야만 금융지원과 규제완화 등 맞춤형 지원이 뒤따른다는 조건이다.현재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간 NCC 통폐합이 검토 중이며,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대한유화와의 설비 통합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연말 자구책 제출 기한을 앞두고 수차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NCC 협약에 참여한 업체는 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대한유화·한화솔루션· 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에쓰오일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실질적 인센티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정부는 최근 석유화학단지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전남 여수시에 이어 서산시를 지정했다. 조만간 업계·금융권·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M&A, 금융, 고용 대책을 포함한 세부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