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 98.6% … 전년비 3.9p ↑중국발 공급과잉 직격탄 … 사실상 기업 이익 전무업계 "적자 지속 상황 … 정부 실질적 지원 필요"
  • ▲ 여수산단 야경 ⓒ연합뉴스
    ▲ 여수산단 야경 ⓒ연합뉴스
    중국발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상반기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장기 침체의 터널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최근 구조재편 협약을 맺은 석화업체들의 반기 보고서를 개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98.6%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구조재편 협약사 10곳 중 이번에 반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DL케미칼은 제외됐다.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전년 평균인 94.7%에 비해 3.9%포인트 높아진 결과다. 조사 대상 업체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2021년 87.6%, 2022년 92.3%, 2023년 93.8%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매출원가율은 기업 매출액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해당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으로선 이익을 내기 힘들다. 기업의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원가와 판관비를 제외한 개념으로,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했다는 것은 사실상 기업이 이익을 낼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조사 대상에 오른 업체는 모두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총 적자 규모는 1조8000억 원을 웃돌았다. 

    업체별로는 HD현대케미칼의 매출원가율이 10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화토탈에너지스 103.7%, SK지오센트릭 101.0%, 대한유화 100.5% 등 순이었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SK지오센트릭(96.2%), HD현대케미칼(94.1%), 대한유화(91.1%), GS칼텍스(91.1%) 4개사만 90%를 넘겼으나 이번에는 4개사가 100%를 넘겼다.

    이는 석화업계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의 가격 차)가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 크다. 업계에서는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을 톤(t)당 300달러로 보고 있으나, 올해 2분기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22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원재료인 납사 가격 상승과 함께 중국 및 중동의 증산에 따른 판매가 하락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외부 상황 외에도 국내에서는 전기요금 상승이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전기요금은 원가의 약 60%를 차지한다. 전력당국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2023년 11월, 2024년 10월 두 차례 인상한 바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이러한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조재편의 원활한 추진과 지역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업체들이 연말까지 전체 생산량의 4분의 1가량을 줄이는 구조재편 계획을 제시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와 석유화학업계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처한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370만t 줄이기로 했다. 석유화학업계 핵심 원료인 에틸렌은 나프타분해설비(NCC)에서 나오는데, 국내 NCC의 4분의 1가량을 감축하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10대 NCC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 재편 자율협약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자율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내년 완공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를 합친 국내 전체 NCC 용량 1470만t의 18~25%(270만~370만t)를 기업이 자율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이날 정부는 또한 '대주주의 자구 노력'을 포함한 충분한 사업 재편 계획을 제시한 기업에만 금융·세제·연구개발 지원과 규제 완화를 포함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이번 자율협약을 토대로 연말까지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업계가 제출한 사업 재편 계획과 각 기업의 자구 노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한 지원 패키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자율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기업에 대주주 출연을 포함한 자구책과 고용 유지를 요구하는 건 모순이라는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감면, 보조금 지급 등 지원책이 모두 빠졌다"라 "한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 등이 병행돼야 업계의 노력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