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관세, 한국 석유화학 재편 촉진글로벌 공급 과잉·무역전쟁, 업계 수익성 압박미국 석화 대기업 Dow 구조조정· LG화학 희망퇴직 가동
  • ▲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LG화학
    ▲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LG화학
    수십만 명의 일자리와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국가 전략 핵심 산업, 석유화학업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장기간 이어진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정부 주도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외신들도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재편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이 같은 구조조정은 2022년 이후 글로벌 석유화학 생산 급격한 증가로 겪는 '성장통'으로 평가했다. 

    28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오히려 정부 주도의 재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자동차 및 전자 산업의 핵심 기반이자 5대 수출 산업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체결된 합의로 관세율은 15%로 낮아졌지만, 올해 상반기 대미 석유화학 수출 수익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고 ING 보고서를 근거로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업계 구조조정을 촉구하며 10개 기업에 나프타분해능력 연간 270만~370만 톤(전체 1470만 톤의 약 4분의 1) 감축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으로 어두워진 수요 전망은 공장 운영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국내 LG화학, 한화, 롯데케미칼 등 10대 석화 업체들과 NCC 감축을 골자로 ‘석유화학 업계 사업 재편 자율 협약’을 맺고,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구조 개편 3대 방향'을 제시했다.

    로이터는 IEEFA(국제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 분석을 인용해 "2030년까지 공급이 수요보다 약 20~25% 많아질 전망"이라며 "긴축이 필요한 시점에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단기적으로 고통스러운 타격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석유화학 산업에 필요한 '잠 깨우는 신호(wake-up call)'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 다우 로고ⓒ연합뉴스
    ▲ 다우 로고ⓒ연합뉴스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도 플랜트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외신은 주목했다. 미국의 거대 화학기업 다우(Dow)는 지난 7월 독일과 영국에서 3개 업스트림(Upstream)공장 폐쇄 계획과 약 800여명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다우의 제프 테이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 정책이 무역 흐름을 방해하고, 공장 가동률을 낮추며, 이윤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석유화학 생산능력의 급격한 확대가 수요 증가 속도를 앞질러, 석유화학 업계에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진단했다. 

    국내 10개 주요 석화기업은 연말까지 NCC 감축을 골자로 한 구체적 사업재편 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시작했다. 여천NCC도 최근 3공장을 중단하고 1, 2공장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가운데 희망퇴직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불황 끝에 정부 주도로 업계 자율적 구조재편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NCC 감축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 회복과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고용 충격과 지역 경제 영향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