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첫 오픈 이후 11년간 운영 … 380만잔 수제맥주 판매물과 보리, 맥아, 효소만으로만 수제맥주 조주수제맥주 시장 위축에도 굳건
  • ▲ 데블스도어 입구ⓒ신세계푸드
    ▲ 데블스도어 입구ⓒ신세계푸드
    독일 속담 중에 ‘맥주는 양조장 굴뚝 그림자 아래서 마셔야 한다’(Man trinkt Bier am besten im Schatten des Brauereischornsteins)는 말이 있다. 세상의 어떤 맥주도 양조장에서 갓 나온 맥주보다 맛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 8월 29일, ‘불금’이 시작되는 오후 6시 30분 데블스도어 그래머시 센트럴점을 찾았다. 2014년 데블스도어의 첫 시작을 알린 이 매장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양조장’과 ‘펍’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날은 데블스도어 오진영 브루마스터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1호점 오픈부터 현재까지 맥주 원재료부터 배합이나 품질관리, 맥주 제조 등을 총괄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1층에 위치한 양조구역에는 커다란 저장고들이 놓여있었다. 이곳의 저장고는 총 25㎘, 2만5000ℓ에 이른다. 연간 기준 풀 캐파는 180~200㎘에 이른다.
  • ▲ 오진영 브루마스터가 맥주 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오진영 브루마스터가 맥주 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오 마스터는 “하루 평균 200ℓ 제품이 나가고, 주말에는 더 나가는 편”이라면서 “일주일에 저장탱크 하나를 모두 소진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맥주는 독일 순수령에 따라 네 가지 재료인 물과 보리, 맥아, 효모 외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독일 외의 국가에서는 밀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레시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데블스 도어 역시 이 네 가지 재료 외에 추가 재료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맥아의 경우 수확한 보리를 저장한뒤 싹을 틔우는 발아 과정을 거친다. 이후 건조해 세척·포장을 지나 ‘맥아’로 완성된다. 대부분의 브루어리와 맥주 제조업체의 경우 이 맥아를 제품으로 받아 사용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제조업체나 양조장에서는 이 맥아를 분쇄하는 단계부터 담당하게 되는 것.

    오 브루마스터는 “보리와 맥아 모두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다”면서 “국내산도 알아봤는데, 우리나라 기후가 맥아 생산에 알맞지 않고, 생산량도 극히 적어 어렵다”고 말했다.
  • ▲ 보관되고 있는 맥주들.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 판매되는 별다방 라거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조현우 기자
    ▲ 보관되고 있는 맥주들.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 판매되는 별다방 라거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조현우 기자
    분쇄 역시 맥주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게 이뤄진다. 분쇄 정도에 따라 당화 수율과 여과 속도, 탁도 등이 달라지기 때문. 이렇게 분쇄가 마무리된 맥아는 ‘당화’ 과정을 거친다.

    맥아의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이 당화 과정을 거친 맥즙은 산소와 효모를 투입해 알코올과 특유의 탄산을 만드는 ‘숙성’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오 브루마스터는 “발효는 상면 발효와 하면 발효로 나뉘는데, 하면 발효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라거 맥주 제조에 사용된다”면서 “상면 발효는 에일이나 IPA 등이라고 생각하면 쉽다”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를 투입하고 나서는 사실상 우리가 육안으로 그 과정을 볼 수는 없다”면서 “모두 배관을 타고 이동하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맥주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 오진영 브루마스터가 저장된 맥주를 따르고 있다.ⓒ조현우 기자
    ▲ 오진영 브루마스터가 저장된 맥주를 따르고 있다.ⓒ조현우 기자
    과정은 단순하지만 곳곳에 디테일은 맥주의 성공을 좌우한다. 맥아즙의 당 농도와 효모 종류, 발효 온도, 맥아즙의 용존산소 함량 등이 모두 발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과정을 어떻게 제어해서 맛을 만들어내는지가 브루마스터의 레시피기도 하다.

    홉은 맥즙을 끓이는 과정에 투입한다.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맥주에 입히는 것. 맥즙의 단백질을 침전시켜 맑은 맥주를 만들 수 있게 하는 효능도 있다. 이후 냉각기로 이동해 짧게는 보름에서 한 달간의 숙성 기간을 가진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데블스도어에서 마시는 한잔의 맥주가 탄생한다. 일반적으로 맥주 제조에 한 달이 걸리는 것. 신메뉴 하나를 만드는 데 3~4개월이 걸리는 이유다. 맥주를 만들었어도 원하는 맛이나 풍미가 나오지 않았을 때에는 다시 한 달을 소비해야 한다.

    2014년 처음 오픈 이후 현재까지 판매된 데블스도어의 수제맥주는 약 140만 리터, 370㎖ 맥주 잔으로 환산 시에는 약 380만잔에 이른다. 신제품 역시 현재까지 20여종이 만들어졌다.
  • ▲ 갓 따라낸 맥주는 '신선하다'는 말이 단번에 이해될 정도다.ⓒ조현우 기자
    ▲ 갓 따라낸 맥주는 '신선하다'는 말이 단번에 이해될 정도다.ⓒ조현우 기자
    데블스도어는 수제맥주 시장에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매년 위축되는 시장에서도 갓 내린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는 장소기 때문이다.

    데블스도어가 처음 문을 열었던 2014년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16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후 각종 규제가 풀리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다양한 주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제맥주 시장 역시 2021년 152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편의점에서는 일년에 수제맥주 캔 신제품만 100여개가 넘게 쏟아졌다. 그러나 이후 위스키·하이볼 등으로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소비는 급격하게 위축했다. 2023년 기준 수제맥주 시장은 752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수제맥주 붐으로 인해 성장했던 기업들도 모두 휘청였다. 세븐브로이와 어메이징브루컴퍼니 등 대표적인 수제맥주 브랜드들은 재정악화로 법정관리를 겪었으며, 제주맥주 역시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수제맥주 트렌드가 끝났다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있지만, 데블스도어는 수제맥주를 접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향후에도 고객들에게 데블스도어 만의 수제맥주 경험을 넓히고, 더 많이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 매장에서 바라본 양조구역ⓒ조현우 기자
    ▲ 매장에서 바라본 양조구역ⓒ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