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SM엔터 주가조작 최윤범 회장 연루설 제기고려아연 "재무적 투자 목적의 적법한 출자" 반박영풍 재반박 "이례적으로 빠른 투자 흐름이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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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최근 ‘SM엔터 주가조작’ 사건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검찰이 SM엔터 주가조작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해 중형을 구형하자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연루설을 제기하며 양측이 정면충돌한 것으로, 사실 여부를 두고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2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이날 ‘하바나 펀드 조기 청산과 SM 주식 44만 주…SM엔터 주가조작 자금줄이 고려아연이라는 증거’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 전일 고려아연이 발표한 ‘SM엔터테인먼트 주가와 관련한 어떠한 시세조종 행위에도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문에 대해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영풍은 “고려아연이 SM엔터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된 핵심 자금의 출처이자 실질적 자금줄이었다는 정황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며 “하바나 제1호에 투입한 자금 50% 가량을 출자한 지 두 달도 안 돼 환급받고, 설립 18개월 만에 펀드의 자산을 현물분배 받으면서 조기 청산했다는 것이 그 확실한 증거”라고 강조했다."'정관 개정부터 펀드 조기 청산' 일사천리… 고려아연 핵심 당사자"하바나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하바나 1호’)의 급조된 설립 구조와 5년 존속 펀드의 이례적인 조기 청산, 그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환급받은 현금 및 SM엔터 주식 현물분배 내역이 시세조종에 동원된 자금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이다.하바나 1호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2022년 9월 설립한 사모펀드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1100억원 규모의 하바나 1호 펀드에 총 1016억원을 출자했고, 이 자금이 SM엔터 주식의 대량 매입에 사용됐다면서 최 회장의 시세조종 연루설을 제기했다.영풍은 “2023년 2월 10일 하이브의 SM엔터에 대한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이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에게 ‘SM 주식 1000억원어치 매입해달라’고 요청한 후 불과 1영업일 후 하바나 1호의 정관이 개정됐으며, 바로 다음 날 고려아연은 하바나 1호에 998억원을 출자했다”고 지적했다. -
- ▲ 2025년 고려아연 정기주총 모습. ⓒ뉴데일리
하바나 1호는 고려아연 지분율이 99.82%에 달하는 사실상 고려아연이 만든 OEM 펀드로, 이 자금이 2월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SM엔터 주식 장내매집에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OEM펀드는 제3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에선 이 같은 OEM펀드를 금지하고 있다.영풍은 이후의 자금흐름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고려아연은 하바나 1호로부터 2023년 4월 11일 520억원을 현금으로 분배받으며 투자액 절반을 직접 회수했고, 같은 해 12월 21일 SM엔터 주식 44만640주(약 400억원 상당)를 현물배당받으며 SM엔터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이후 2024년 1월 8일 펀드는 해산 결의를 거쳐, 3월 25일 청산이 완료됐다.‘정관 개정→자금 투입→주식 매집→현금 분배→현물 배당→펀드 조기 청산’이라는 과정을 보면 고려아연이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시세조종 구조 안에서 자금을 제공하고, 회수하고, 주식을 보유한 일련의 흐름을 함께 만든 ‘핵심 당사자’라는 주장이다.영풍은 “주가조작 논란이 일자 바로 자금 회수가 이뤄졌으며 펀드는 조기 청산했다”며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SM엔터 주식 44만640주는 이 모든 구조의 결과물이며, 그 자체가 SM 주가조작 자금줄이 누구였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로 최윤범 회장에 대한 수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영풍·MBK의 근거 없는 의혹 반복에 강함 유감… 법적 대응 검토"고려아연은 영풍의 이러한 주장이 터무니없는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바나 1호 투자 결정은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영풍의 억지 주장이 반복될 시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고려아연은 전일 낸 입장문에서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회사 여유 자금을 펀드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며 “모든 투자 결정과 출자는 관련 법령 및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법 위반 사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이어 “SM엔터 주가와 관련된 어떠한 시세조종 행위에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일절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일부에서 의도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의혹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고려아연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돼 곧 법원의 1심 판단을 앞둔 시점에서, 영풍이 갑자기 사건과 관련도 없는 회사와 인물에 대한 수사를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고 있다.고려아연은 “해당 펀드를 비롯한 여러 펀드에 출자한 LP(펀드 출자자)로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집행은 GP(펀드 위탁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실제 해당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매수 및 사후 매각 과정이나 관련 절차 또는 계획에 대해서는 설명이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이어 “당사는 국가기간산업을 넘어 한미 양국 공급망 협력의 중추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에 영풍·MBK 측이 기업의 정상적 투자활동을 대상으로 근거 없는 의혹을 반복해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한편 검찰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위원장이 2023년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카카오 측과 원아시아가 공모해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주가를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이에 지난달 29일 김범수 위원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고, 배재현 대표에는 징역 12년과 벌금 5억원을, 지창배 대표에는 징역 10년 및 벌금 5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