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품을 땐 금융·대체투자 시너지2분기 이익잉여금은 4조1589억… 실탄 풍부 티투PE 전면에 내세워… 경영권 + 지분투자로 접근
-
- ▲ 태광그룹이 최근 연이어 M&A 시장에 뛰어들며 기업 포트폴리어 재편에 나섰다. 사진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 ⓒ서성진 기자
태광그룹이 M&A로 재도약을 노린다. 태광그룹이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굵직한 인수합병(M&A) 무대에 잇따라 등장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최근 계열사 흥국리츠운용이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데 이어 화장품·생활·뷰티기업인 애경산업과 국내 최대 부동산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도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지난 10여 년간 사실상 투자 활동을 중단했던 그룹이 다시 한 번 'M&A DNA'를 가동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는 평가다. 태광산업의 올 2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4조1589억원에 달한다. 탄탄한 실탄을 기반으로 기업인수합병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하게 됐다.◆ 과거 M&A로 재계 30위권 올라태광의 성장사에는 M&A가 자리해왔다. 1953년 창업주 고(故) 이임용 회장이 동양실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이후, 1973년 흥국생명을 사들이며 금융업에 진출했고, 1975년 대한화섬을 인수하며 화학사업을 키웠다.2000년대 들어서는 이호진 전 회장의 공격적 M&A로 케이블TV·홈쇼핑·금융업을 아우르는 대기업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2003~2008년 사이에만 20여 개 SO(유선방송사업자)를 인수해 티브로드를 만들었고,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현 흥국증권) 등을 잇따라 품으며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각종 사법리스크로 10여 년간 투자가 중단됐으나 최근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기류가 확연하다.태광산업은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애경산업 인수 본입찰에 참여했다. 기존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소비재·B2C 영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신성장 전략이다.애경산업은 루나, AGE 20’s, 케라시스, 2080 등 대중 브랜드를 보유한 생활·뷰티기업이다. 특히 온라인몰·H&B스토어·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망을 꿰차고 있고 중국·동남아 시장으로의 수출 기반도 갖추고 있어 태광산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한 업계 관계자는 "태광이 단기간 내 소비자 접점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 매물이 애경산업으로 유통망과 브랜드를 동시에 보유해 신사업 성과 가시성이 높다"고 밝혔다.태광 측에서도 애경산업 인수 의지가 상당하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추가 투자를 통해 글로벌 뷰티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
- ▲ 태광그룹이 계열사인 흥국생명을 통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도 뛰어 들었다. ⓒ서성진 기자
◆ 이지스자산운용 품을 땐 금융·대체투자 시너지국내 1위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전에도 태광 계열사 흥국생명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지스는 올 상반기 매출 1534억 원, 영업이익 556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펀드 운용 규모는 29조원, 순자산총액은 31조원으로 사상 최대다.태광그룹이 이지스를 품을 경우 흥국생명·흥국화재·흥국증권 등 기존 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특히 리츠·프로젝트파이낸싱(PFV) 등과 연계해 그룹 내 금융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고, 안정적인 대체투자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번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태광이 과거처럼 계열사가 직접 회사를 인수하지 않고, 지난해 12월 설립한 자회사인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를 전면에 내세웠다. 티투PE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애경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 태광산업은 전략적투자자(SI)로 인수를 측면지원 하는 모습이다.사모펀드(PEF) 구조를 활용하면 외부 자금을 펀드 형태로 조달할 수 있어 재무 부담을 줄이고,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산업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경영권은 확보하되 펀드 단위로 투자 구조를 쪼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IB 업계 관계자는 "태광이 직접 인수 대신 펀드를 활용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와 투자 다변화를 동시에 노린 전략"이라며 "티투PE가 향후 그룹의 모든 M&A 무대에서 핵심 창구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적자의 늪… 생존 위한 '신사업' 추진태광산업은 올 2분기 기준 유동자산 2조7126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503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매출은 4646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8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한때 그룹을 이끌던 PTA·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부문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해당 부문의 반기 영업손실만 201억원에 달했다.이 같은 위기 속에서 태광산업은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신성장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최근 중국 스판덱스 공장을 철수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체질 개선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방적·모직물 제조 등 불필요한 사업목적을 정리한 데 이어, 올해 임시 주총을 통해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운영, 금융업, 블록체인, 화장품,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 목적을 대거 추가할 예정이다. 이는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 인수, 애경산업·이지스 인수 참여와 맞물려 그룹의 체질 개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태광그룹은 애경산업과 이지스 인수 외에도 연내 추가 M&A를 예고하고 있다. 태광 관계자는 "리스크 최소화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검토 중으로 연내 추가 M&A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시장에서는 태광이 연이은 M&A에 성공할 경우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 시계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23년 사면·복권으로 일부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지만, 간암 투병으로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경영 일선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한 재계 관계자는 "태광이 굵직한 기업 인수를 잇달아 성사시킨다면 이 전 회장이 경영 무대로 복귀할 확실한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