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공장 대규모 이민 단속에 현지서도 비판 고조현장 단속 중 최대 규모 … 체포자 다수가 한국인트럼프 "바이든 때 불법으로 들어온 사람들" 지적외교부 유감 표명 … 현장대책반 긴급회의 개최 등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배터리 공장건설 현장을 급습한 이후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에 투자해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에 미국 정부가 단속해 공정이 중단되자 현지에서도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일자리 치적' 지우기의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4일 미국 이민당국의 현대차-LG엔솔 신규 공장 건설 단속에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연방수사국(FBI) 등이 투입됐다. 이번 단속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뤄진 단일 현장 단속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번 단속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지난달 25일 정상회담을 연 지 11일만에 이뤄졌기에 더욱 주목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단속 불과 일주일 전 미국에 대해 향후 4년간 260억 달러(약 36조153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대규모 단속이 벌어진 현대차 서배너 공장은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 라인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 공장 건설과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투자만 해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게다가 현대차가 현지에 세운 공장은 조지아에서 가장 큰 제조시설이며, 조지아주는 한국과 미국 '제조업 동맹의 상징'이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이 가운데 국토안보수사국은 단속 다음날인 5일 총 47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한국인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안보수사국(HSI) 소속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475명 중 다수가 한국 국적자였다"며 "정확한 국적별 통계는 없지만 관련 자료를 곧 확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출장간 이들 중 상당수는 회의나 계약을 위한 B1비자나 무비자인 관광용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 대해 현지 취업이 불가능하거나 '체류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단속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일하기 위한 전문직 취업(H-1B) 비자나 주재원(L1·E2) 비자를 취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민 당국이 공장 현장 직원의 두 손을 케이블타이로 묶고 연행하거나, 한국인 직원들을 줄지어 세운 뒤 가방을 수색하는 모습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새 공장을 짓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한국인 근로자들은 다른 근로자들을 가르치고 미국인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국에 온다"고 지적했다. 한국 근로자가 미국에서 제조업과 같은 생산을 넘어 교육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한국의 대미 투자 약정 3500억 달러가 사라졌다", “이 공장을 짓기 위해 파견된 한국 직원들을 체포하지 말라", "저는 한국인들이 미국이 그 누구의 동맹도 아니라는 걸 깨닫기를 바란다", "우리가 한국의 시민과 기업을 이렇게 무례하게 대하는 거라면, 한국이 왜 미국에 투자해야 하냐", "그들을 망신 주려는 의도인가", "이런 것들이 미국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그들은 불법 체류자인듯하다"며 "이민세관단속국이 그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는 반응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잘 지내고 싶고, 훌륭하고 안정적인 인력을 확보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알기로는 우리 나라에는 불법 체류자가 많았는데, 그중 일부는 유능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불법 체류자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인 것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치적에 정치적 흠집을 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은 당초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방한했을 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건립을 발표한 곳이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를 두고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내세웠다.

    실제로 트럼프는 현대차 공장을 두고 "이들은 바이든 때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람들"이라면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미국 당국의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대해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며 유감을 표하고, 체포된 이들에 대한 영사 지원에 나선 상태다.

    현장대책반은 전날 오후 관련 기업과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조지아에 진출한 다른 기업 관계자들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유관 업계가 여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