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조차 이해 못하는 상품, 판매 않는 게 상식""단기 성과 위해 내부통제 사각지대 만들지 말라""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 대처"
  • ▲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질적 성장을 위한 금융투자업계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들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26개 증권회사 및 자산운용회사 CEO가 자리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은 자본시장법 제정, 종투사 제도 도입 등과 함께 외형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화려한 외형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과 투자자 편익 제고가 균형감 있게 이루어졌는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역할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임직원 스스로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면 판매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라며 "영업행위 전 단계에 사전 예방적 투자자 보호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직접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내부통제 혁신 필요성을 짚었다. 그는 "내부통제의 철저한 혁신을 통해 조직문화도 근본적으로 바꿔주시기 바란다"며 "단기 성과를 이유로 스스로 내부통제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행태가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해서도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성장하지만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불법리딩방 등 각종 불공정 행위로 인해 시장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투자자들은 다름 아닌 여러분의 고객이다. 고객이 떠난 산업은 성장은 물론 존립 자체가 어렵다"며 "불공정 행위의 위험성과 피해 대응방법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해 주시고 나아가 업무 수행 중에 접하는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로서의 역할도 적극 수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금감원 역시 불공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퇴직연금 시장의 신뢰성 제고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원장은 "다층 연금체계에서 퇴직연금은 준(準) 공적연금체계로 전환되는게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그만큼 퇴직연금사업자인 증권사들과 상품공급자인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사례처럼 자본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퇴직연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대표적인 라이프사이클 상품인 TDF 중심의 운용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률이 제고될 수 있도록 상품설계, 판매 등 전 과정에서 가입자 중심의 업무혁신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모험자본 공급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금융투자산업은 부동산 PF, 대체투자 등 비생산적이고 손쉬운 수익 창출이 가능한 영역에 쏠림이 있었다"며 "그 결과는 개별 회사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투자 관행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스타트업 발굴 및 초기투자, 벤처투자, 중소기업 스케일업 등 기업 성장의 전 과정에서 생산적 투자 체계를 구축해 주시기 바란다"며 "필요한 곳에 '과감하고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 대한민국 생산적 금융 플랫폼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끝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은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진짜 성장을 이끌기 위함"이라고 했다.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강화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원장은 "기관투자자로서의 자산운용사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넘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등 수탁자 책임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며 "투자자 이익 보호를 위한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데 있어 단단한 목소리를 내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원장은 "오늘을 계기로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가 힘을 모아 우리 자본시장에 생산적 유동성이 풍부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공정과 상식이 통하고,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혁신과 성장의 과실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시장을 만들어 한층 성숙하고 신뢰받는 '새로운 자본시장'의 시대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자본시장 육성의 책임자로서 코스피 지수 ETF 등과 스타트업 투자를 적극 추진해 제 자산을 관리하듯 생산적인 자본시장의 관리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