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 발표 … 산업부 에너지 기능 환경부로 이관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 원전 정책은 기후부, 수출은 산업부기후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 원전 산업은 또 위축 우려학계 "규제와 진흥 기능 한 부처에 묶는 것은 모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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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새롭게 출범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를 두고 원전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원전 산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직전까지 갔다가 윤석열 정부 때 극적으로 부활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을 보면 정부의 원전 등 에너지 기능은 두 부처로 쪼개지게 된다. 원전 산업이 또다시 정치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8일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산하 에너지 산업 정책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되고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몸집이 커지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명칭은 산업통상부로 바뀐다. 원전 산업 정책은 기후부가 맡지만, 석유·가스·석탄·광물 등을 담당하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 수출 정책을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 조직은 산업부에 존치된다.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7일) 고위 당·정·대 협의회를 마친 뒤 "그간 탄소 중립은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서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다"며 "일관성 있고 강력한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화석 연료를 제외한 원전·재생에너지 산업 정책과 전력 산업을 기후부가 맡게 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 등 산업부 산하 핵심 전력 공기업들도 기후부 소속이 된다. 기후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탄소 중립'에 초점을 둔 에너지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대표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다. 재생에너지 전기 가격은 원자력 발전 등 다른 방식으로 만든 전기보다 생산 단가가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한전에 따르면 작년 한전의 평균 전력 구입 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134.8원이다. 반면 태양광 단가는 1kWh당 200원대, 해상풍력의 경우 단가가 1kWh당 400원대로 한전 평균 전력 구입 단가를 넘어선다. 특히 가장 비싼 해상풍력의 경우 원전 발전 단가 66.4원의 6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2038년까지 전망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3년 8.4%에서 2038년 29.2%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2023년 30GW(기가와트)인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2038년 121.9GW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이는 현재의 4배 수준이다.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이에 따르는 대규모 설비 투자도 필요하다. 한전은 제11차 송·변전 계획에서 2038년까지 송·변전 설비에 72조8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아울러 발전 단가가 월등히 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인 원전 산업 비중은 더욱 축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38년까지 10.3GW 규모의 신규 설비가 필요해 2038년까지 원전 2기를 신설하는 안이 담겼다. 하지만 기후부가 2026년 발표하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 등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9.07. ⓒ뉴시스
이 대통령의 공약인 '인공지능(AI) 3개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데 재생에너지보다 생산 단가가 훨씬 싼 원전 비중은 축소되는 앞뒤가 안맞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에너지 업계와 학계에서는 기후부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기후부가 출범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확대하고, 원전은 규제하는 정책을 펴지 않겠냐"며 "에너지 기능을 기후부와 산업부로 나눈 것도 정책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에너지정책합리화를추구하는교수협의회(에교협)는 "규제와 진흥의 기능을 한 부처에 묶는 것은 철학적·정책적 모순"이라며 기후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에교협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은 안정적 전력공급에 달려 있다"며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부처로, 산업경쟁력과 에너지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다루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아울러 에교협은 2021년 경제기후보호부를 만든 독일과 2008년 에너지기후변화부를 출범한 영국의 사례도 언급하면서 모두 에너지 가격 폭등과 제조업 경쟁력 붕괴라는 후폭풍을 겪고나서야 에너지 중심으로 부처를 재편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