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종 사육밀도 개정 … 낙농가 신규 진입 등 가능성 ↑저지우유, 홀스타인종 대비 고지방·고단백 … 프리미엄화 기대감낮은 생산량과 물류·라인 등 개선 필요성 … '저지방 선호' 소비자 트렌드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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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정부가 영국 왕실 전용 품종으로 불리는 ‘저지(Jersey)’ 젖소에 대한 사육밀도 기준을 개선한다. 홀스타인종 위주였던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새로운 품종을 통한 프리미엄 우유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다만 우유 자체가 가격에 특히 민감한 소비재인 만큼 프리미엄화와 시장 형성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축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해당 개정안은 젖소의 사육밀도를 세분화하는 내용을 맏고 있다. 현재 젖소 사육밀도 기준은 국내 젖소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홀스타인종만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체구가 작은 저지종 젖소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 많은 두수를 사육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정해진 공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수를 사육해야하는 산업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있던 것. 이번 개정을 통해 저지종의 두당 사육면적은 시설 종류에 따라 착유우 기준 5.8~11.6㎡로 8.3~16.5㎡ 수준인 홀스타인의 사육면적보다 30% 가량 적게 설정됐다.저지종은 영국 와실 전용 우유를 만들기 위해 영국 해협의 저지섬에서 자란 소의 품종을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로열 밀크, 또는 골든 밀크라고 불리기도 하다.저지종 젖소가 생산하는 우유는 일반적인 홀스타인종의 우유와는 달리 고품질과 고농도형 우유로 평가된다. 실제로 홀스타인종 생산 우유보다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2~30% 높으며, 색과 맛이 더 진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이번 개선을 통해 운영 효율성과 시설 활용도 등이 개선될 전망이다. 저지종 사육 농가 규모 확대와 신입 농가 진입, 아울러 저지종 우유 제품의 확대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특히 내년 1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미국·EU의 우유, 치즈 등에 대한 수입 관세율이 0%로 철폐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프리미엄 유제품에 대한 필요도도 높아진 상황이다.높은 풍미와 지방·단백질 함량으로 특히 치즈·버터·디저트 등 가공품으로의 수요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음용유 위주인 홀스타인종의 우유 사업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프리미엄화를 구축할 수 있는 것. -
- ▲ ⓒ서울우유협동조합
다만 저지종은 종의 특성상 홀스타인과 비교했을 때 60% 수준, 심한 경우 40% 수준의 우유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생산량이 곧바로 수익으로 직결되는 낙농가에서 저지종 사육을 꺼리는 이유다.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사육되는 저지종 젖소는 500~600두에 그친다. 이는 전체 젖소(37만두)와 비교하면 0.15% 수준이다.제품화에 나서고 있는 유업체도 극소수다. 그나마 서울우유협동조합과 제주우유 등이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수량은 극히 적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저지종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우유도 225두에 불과하다.특히 가공과 유통체계 개선이 필수다. 현재 국내 유업체들은 원유를 집유한 뒤 혼합 처리하는 구조라, 홀스타인이 아닌 저지종을 따로 모으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저지종 원유만을 모아 별도 살균 및 가공을 위해서는 라인과 물류 분리가 필요하다.규모의 경제가 반드시 필요한 해당 구간에서 현재의 저지종의 원유 생산량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이러한 이유로 가격도 높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저지밀크 가격은 정상가 기준 100㎖ 당 664원으로, A2 밀크 가격(100㎖ 당 563원) 대비 18% 높다.업계 관계자는 “저지종 사육 관련 개정은 환영할만 하다”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것은 시장 확대 가능성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이어 “다만 현재로서는 저지방·저칼로리를 선호하는 소비자 트렌드 등도 있고, 물류 등의 개선 문제도 있다보니 프리미엄화에는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