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금소원 재편 '외부 통제-소비자보호 강화' 내세웠지만독립성 약화·위기 대응 지연, 옥상옥·이원화 해외 사례는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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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시키며,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공공기관으로 다시 지정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 감독 총괄은 금감위, 건전성 감독은 금감원, 영업행위·분쟁조정은 금소원으로 나누는 구상이다.

    명분은 ‘소비자 보호 강화’와 ‘외부 견제 확대’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독립성 약화와 위기 대응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외에서 유사한 이원화 모델이 실패한 전례도 있어 논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정책(재정경제부)–감독총괄(금감위)–건전성(금감원)–영업행위·분쟁조정(금소원)으로 4중 감독 체계가 마련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시어머니가 네 명으로 늘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권한은 중첩되고 업무는 세분화돼 금융사들이 중복 검사와 보고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면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관이 늘어나면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감독 독립성 보장을 위해 2009년 해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다시 공공기관으로 편입되면서 예산·인사 등에서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행안부 측은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학계에서는 “위기 시 신속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청(FSA)을 해체하고, 2013년부터 건전성 감독은 PRA(건전성감독청), 영업행위 감독은 FCA(영업행위감독청)가 맡는 이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FCA는 런던캐피탈앤드파이낸스(LCF) 미니본드 붕괴, 코넛 인컴펀드 사태 등에서 투자자 보호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 의회 보고서는 FCA의 느린 대응·불투명성을 문제로 지적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쌍봉형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즉, 감독 권한을 나누었지만 소비자 보호 실효성이 오히려 약화됐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연준(FRB), OCC(통화감독청), FDIC(연방예금보험공사), SEC(증권거래위원회),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 다수 기관이 권한을 분산해 갖는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이러한 구조의 한계를 드러냈다. 감독 권한이 분산되면서 위험 신호를 통합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 금융위기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지적됐다. 이후 도드-프랭크법으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신설됐지만, CFPB 권한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감독당국 간 갈등이 이어지며 규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는 ASIC(호주증권투자위원회)과 APRA(호주건전성감독청)로 이원화했지만, 2020년 Nuix IPO(누익스 상장) 사태에서 ASIC이 상장 전 문제를 인지하고도 대응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올해 초 호주 상원 일부 의원들은 “쌍봉형 감독은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책임 회피와 비효율 문제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권에서도 금융정책을 재정경제부로, 감독을 금감위·금감원·금소원으로 분리하면 정책–감독 간 조율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조직 이관·인력 배치 과정에서 권한 충돌과 업무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업무 경계 명확화와 중복검사 방지·위기 시 단일 지휘체계 확보 같은 안전장치가 입법 단계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