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애경산업 인수전… '통 큰' 베팅으로 승기 잡아조 단위 인수전… 이호진 전 회장 결단없이 불가능이지스자산운용까지 3전 3승 이룰땐 재계 순위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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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태광그룹이 인수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서성진 기자
태광그룹의 인수·합병(M&A)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에 이어 애경산업까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재계에선 태광그룹의 시계가 2000년대 이호진 전 회장이 케이블TV·홈쇼핑·금융업을 연거푸 인수하던 시절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뒤따른다.◆ 연내 M&A 3전 3승 이룰까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전에 꽤 오랜시간 공을 들여왔다. 애경산업 매각 공고가 나기 이전부터 자회사인 티투프라이빗쿼티(PEF)를 중심으로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를 준비했다. 막판까지 경쟁했던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최종 제안서 제출을 애초 마감일 보다 2주 지연해서 내는 등 인수의지가 태광산업보다 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지분 63%에 경영권을 보태 인수가로 4000억원대 후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의 시총이 43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베팅이었다.애경산업은 생활용품·화장품을 주력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791억원, 영업이익 468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3% 줄었지만 케라시스·루나 등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견조하다.태광산업 입장에서는 석유화학·섬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재라는 '비(非)경기민감' 축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경기변동에 덜 휘둘리며 안정적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보강책이기도 하다.태광그룹은 최근 흥국리츠운용을 통해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섬유·화학 중심의 기존 사업 틀을 넘어선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며, 남대문 중심 입지 역시 인수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이번 거래로 흥국생명 별관, 흥국생명 빌딩 등 메리어트 호텔까지 총 6개 건물이 연결돼 이른바 '태광타운'이 완성됐다. 특히 태광이 메리어트 호텔 건립 이전부터 해당 부지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던 만큼 이번 인수는 ‘뚝심 경영’의 결실로 평가된다.특히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도심 내 호텔의 객실 가동률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메리어트 인수 효과는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태광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지스는 운용자산(AUM)이 약 67조 원에 달하며, 매각 지분 66% 확보에는 6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흥국생명을 중심으로 보험·리츠를 운영해온 태광이 이지스까지 확보한다면 그룹의 금융 포트폴리오는 한층 강화된다. 보험-자산운용-리츠로 이어지는 '투자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태광그룹이 이지스자산운용까지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재계순위도 현재 50위권에서 30~40위권으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
- ▲ ⓒ태광그룹
◆ 조 단위 인수전 … 이호진 전 회장 결단 주효태광의 공격적인 인수 행보는 그룹의 탄탄한 자금 여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올 2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4조1589억 원에 달한다. 지난 10여 년간 신규 투자보다 벌어들인 수익을 축적한 결과 대형 인수를 감당할 충분한 실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또 과감한 사업적 결단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중국 스판덱스 공장 철수를 결정하는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호텔, 성장 가능성이 큰 소비재와 금융 자산에 집중하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재계는 태광의 공격적 행보를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 시그널로 해석한다. 조 단위에 이르는 굵직한 인수 결정은 오너의 강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데다, 최근 사면 복권으로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이번 M&A 성과가 이 전 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 지분 29.4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에 대해서도 56.30%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등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태광이 연내 M&A를 3개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그룹 체질 개선과 오너 복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며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에서 직접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시장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