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적용의견서 발표… 의견수렴 3주 남짓금감원 적법 판단 내렸는데… 3년 만에 돌연 번복"특정 기업 겨냥, 투자자 신뢰 흔드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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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회계 처리에 문제를 제기한 한국회계기준원(KASB)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반 원칙을 정립하고 업계 전체에 적용할 기준을 마련해야 할 기관이 특정 기업을 직접 겨냥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적법하다고 해석했던 사안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문제 삼는 것은 기관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한다.10일 업계에 따르면 회계기준원은 이르면 내달 생명보험사(생보사)들의 이른바 일탈회계에 대한 적용의견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적용의견서는 특정 회계 사안에 대해 원칙적 처리 방식을 제시하고 기업에 시정을 권고하는 성격의 문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 해석 지침으로 작용해 기업 회계 처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업계에서는 의견서에 현재 유배당 계약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계약자지분조정 방식이 원칙에 어긋나며,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보험부채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준원은 3주 남짓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그러나 충분한 연구와 공론화 과정 없이 지나치게 빠른 일정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치권과 여론 등에 따라 결론을 정해 놓고 형식적인 의견수렴만 거치는 것 아니냐는 것 의구심도 나온다.회계기준원은 앞서 지난 7월에도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원칙적으로 회계기준원은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 않고 일반 원칙을 논의하는 게 관례지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삼성생명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 잇따랐다.참석자들은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 이후 지분법 회계 미적용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계약자지분조정)에 대한 일탈회계 적용 등을 이유로 들어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방식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회계기준원은 IFRS17 원칙을 강조하며 계약자지분조정이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국제적 기준과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IFRS17이 도입되던 시점 금융감독원은 유배당 계약자 몫을 보험부채로 잡으면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져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을 허용했다.당시 회계기준원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돌연 입장을 선회해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제도 운영의 일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투자자 신뢰 훼손 우려도 적지 않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회계기준과 감독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를 눈여겨본다. 특정 기업을 겨냥한 듯한 해석 변경이 잇따를 경우, 한국 시장은 예측 가능성을 잃고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따지고 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며 “지금처럼 특정 기업의 회계처리를 문제 삼으며 단기간에 결론을 내리려는 방식은 회계기준원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