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실리콘, 회장에 반도체 엔지니어 선임기린'·'어센드' 개발·상용화 주도 인물美 대중 제재 강화 속 국산화율 가속 전망화웨이 상반기 매출액 22.7% 연구개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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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화웨이의 반도체칩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플래그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과 중국 초대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에 탑재된 인공지능(AI) 칩 ‘어센드 시리즈’를 개발을 이끈 핵심 인물이 신규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중국 AI칩 내재화 전략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최근 대표이사 겸 회장을 맡아온 쉬즈쥔(에릭 쉬) 화웨이 부회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가오지를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다수의 고위 임원진도 교체했다. 

    쉬즈쥔은 오랫동안 화웨이 통신 장비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인 반면, 가오지는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화웨이의 미래 기술 연구를 총괄하는 2012 연구소 부회장과 상하이 하이실리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기술 중심 경영인으로 연구개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꼽힌다.

    하이실리콘은 2004년 화웨이 집적회로(IC) 설계센터를 모태로 설립된 반도체 자회사다. 설립 이후 100종이 넘는 칩을 자체 설계·개발해왔으며, 특히 화웨이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AP ‘기린’와 AI 반도체 ‘어센드’는 화웨이를 글로벌 반도체 판도에 올려놓은 성과로 꼽힌다. 가오지는 신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주요 칩의 개발과 상용화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경영진 교체를 넘어 심화하는 미중 첨단 반도체 패권전쟁 속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가 AI 칩 내재화를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반도체 자립 기조와 맞물려 향후 국산화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는 중국의 AI 반도체 내재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에 나선 바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지원 중단, TSMC의 칩 공급 차단, 미국산 반도체와 장비 접근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되레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높이는 모순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자체 설계 칩을 활용해 AI모델을 훈련하는 등 시도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본격 AI 칩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12%를 기록, 퀄컴(59%)과 삼성전자(13%)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제재로 사실상 퇴출당했던 시장에 재진입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이다. 특히 어센드 칩은 올해 초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초대형 AI 모델 ‘딥시크’의 학습·추론에도 활용돼 충격을 안겼다. 

    수장을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으로 교체한만큼 올해 또한 AI칩 분야에서 성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4270억 위안, 한화 약 80조원을 달성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한 2020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연구개발비 지출은 같은 기간 969억 위안(1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이상 늘었다. 전체 매출의 22.7%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며 기술 내재화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의 실적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매출액과 연구개발비에서 하이실리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가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8.1%로 1위를 기록해 기린 AP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줄었지만 화웨이의 매출은 17.6% 증가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수장에 오른 만큼 하이실리콘의 기술 내재화와 칩 자급화 전략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