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조 자사주 공개매수 완료… 전량 소각 예정산은 회장 취임에 인수 후보 등장… 매각 속도포스코 벌크선 수요+HMM 컨선 사업다각화 기대변수는 해운업계… "국적선사 특정 화주 종속 위험"
  • ▲ HMM 컨테이너선. ⓒHMM
    ▲ HMM 컨테이너선. ⓒHMM
    국적 원양선사 HMM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포스코란 강력한 인수 후보자가 등장한 가운데 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HMM 지분 매각 의지를 분명히 하며 매각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해운업계 이해당사자들이 각각의 이유로 반대에 나서며 매각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전날 2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HMM 지분율은 36.02%에서 32.6%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율은 35.67%에서 32.28%로 각각 낮아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이번 공개매수에 응해 각각 9187억원, 해진9097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서 보유 지분이 줄어 부담을 던 산은이 지분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일 취임한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HMM 민영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매각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새 인수 후보로는 포스코가 급부상했다. 포스코는 HMM 인수 준비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렸다. 포스코는 “인수전 참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참여 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측면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은 맞다”고 했다.

    HMM이 컨테이너선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반해 포스코는 유연탄 등 원자재 수송을 위한 벌크선 수요가 막강하다. HMM이 컨선 비중을 줄이고 벌크선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인 점에 비춰 포스코그룹으로의 인수가 HMM의 중장기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MM 민영화는 지분 매각에 소극적인 해진공을 제외한 산은 지분만 매각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HMM의 시가총액이 약 24조원임을 고려하면 실제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약 7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7조를 웃돌아 실탄은 충분한 상황이다.

    변수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는 포스코 인수에 대해 각각 다른 논리를 내세우며 우려를 표출하고 있어 포스코가 인수를 결정하더라도 해운업계의 강력한 반발 기류와 정부의 인허가 문제 등이 인수 과정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국적선사 공공성 훼손’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한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HMM은 단순한 민간 해운사가 아니라 국가 물류 안보와 직결된 국적 원양선사”라며 “특정 화주만의 회사로 귀속되면 국가 전체 해상운송망이 왜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포스코 외에도 다른 화주들이 지분매입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동 소유·분산 지배’ 방식이 국가 물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제2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과 같이 특정 기업 중심의 독점 구조가 형성될 경우 해운업계 전반의 서비스 다변성과 가격 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중이다.

    한국해운협회는 포스코가 HMM을 인수할 시 해운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HMM은 국가 물류망의 버팀목이자 해운 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는데, 단일 대형 화주가 지배할 경우 중소·중견 화주들의 물류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며 “이는 해운 생태계 전반을 뒤흔드는 문제”라고 반발했다.

    국내 해운 물동량의 10%가 넘는 대량 화주인 포스코가 HMM을 인수하면 운임 결정 구조가 사실상 특정 화주에 종속돼 다른 화주들은 불리한 조건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운협회는 과거 포스코가 포항제철 시절 벌크선 운용 자회사로 거양해운을 설립했다가 불과 5년 만에 한진해운에 매각했던 점도 문제로 들었다.

    현행 해운법에 따르면 대량화물 화주가 소유·지배하는 법인이 해운업에 진출하려면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정책자문위는 해운업계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그룹이 인수에 성공하려면 이러한 제도적 벽부터 넘어야 하는 상황으로, 적잖은 소란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