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SGI 연구, 2023년 기준 6.5만 달러아이슬란드 14.4만·벨기에 12.5만… 격차 커임금 4% 오를 때 생산성 1.7% 상승 그친 탓
  • ▲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전경. ⓒ대한상의
    ▲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전경. ⓒ대한상의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생산성이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 중인 주요 선진국의 2/3 수준에 그쳐, 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할 경우 선진국과의 1인당 소득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박정수 서강대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한 ‘임금과 노동생산성 추이,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GDP)은 6.5만 달러로 2023년 기준 OECD 36개국 중 22위에 해당한다.

    이는 주 4일제를 도입한 벨기에(12.5만 달러)·아이슬란드(14.4만 달러)의 절반 수준이며, 시범 운영 중인 프랑스(9.9만 달러)·독일(9.9만 달러)·영국(10.1만 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

    SGI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 향상과 여가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연간 생산 실적이 떨어지고 인건비가 늘어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GI는 한국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을 뿐 아니라 “2000~2017년까지는 임금과 노동생산성이 거의 같은 속도로 증가해 균형을 유지했으나, 2018년 이후에는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앞서면서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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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2000~2017년 동안 연간 임금(명목)과 노동생산성(명목) 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3.2% 늘어 유사했으나, 2018~2023년에는 연간 임금이 연평균 4.0% 올랐지만 노동생산성은 1.7% 상승에 그쳐 두 지표 간의 괴리가 확연히 커졌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력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둔화된 반면 임금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초과수당 증가, 통상임금 판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결과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인건비 상승이 노동생산성을 상회할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일수록 그리고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수익성에 더 큰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동집약적 기업의 총자산이익률(ROA)은 2018년 전후 1.8%포인트 떨어져 자본집약적 기업보다 더 크게 하락했으며,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중견기업이 1.5%포인트 떨어져 대기업(0.4%포인트 하락)에 비해 훨씬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일과 삶의 균형을 높인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선진국 대비 낮고 향상 속도마저 정체된 현실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의 탄력적 적용,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력 재조정,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 등을 제시했다.

    SGI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추진되면 경기 둔화기에는 생산성과 임금 간 격차가 확대돼 기업 부담이 커지고, 회복기에도 인건비 증가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할 경우, 첨단산업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등 근로시간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력 재조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한 인력 운용이 필수적”이라며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취업규칙 변경절차 합리적 개선, 교육·재배치 지원 등 인력 활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