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삼성전자 20% 상승 … 외국인 이달 4조원 순매수개미는 적극 차익실현 중 … 큰손과 정반대 행보증권가는 목표주가 상향 추세 … 상승장서 개미 소외 우려도
-
한국 반도체 업황에 훈풍이 불자 국내 증시 큰손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무섭게 퍼담으며 최근 주가 상승세에 올라탔다. 반면 오랜 시간 고점에 물려 있던 개인투자자들은 차익 실현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그간 '반도체의 겨울'을 전망했던 외국계 투자은행(IB)조차 비관론에서 돌아서는 등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높이고 있어 이번 상승장에서 개미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은 4兆 담았다 … 개미는 팔자 지속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4.77% 급등하면서 8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8만4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19.80% 상승했다. 16거래일 만에 주가는 6만원대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 8만원까지 단숨에 치솟았다.이날 오전 10시57분 현재도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96% 상승한 8만4300원에 거래되고 있다.주가 상승을 이끈 건 단연 외국인 투자자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로, 3조9508억원어치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16거래일 동안 이틀을 제외하곤 '사자' 기조로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지난해 삼성전자 주식을 10조원 넘게 팔아치운 뒤 올해 8월까지 1조5167억원어치 순매도했음을 고려할 땐 완전히 달라진 행보다.기관 투자자들도 삼성전자를 적극 사들인 매수 주체다. 이달 초 매도 우위를 보였던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9일부터 순매수 행렬에 뛰어들었다. 이달부터 지난 22일까지 기관 순매수 규모는 1조6201억원 수준이다.이 기간 기관투자자 순매수 종목 1위도 삼성전자였다. 특히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3150억원어치 사들이면서 기관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모처럼 삼성전자의 상승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큰손들과 정반대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6조3027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주가가 5% 가까이 급등 마감했던 지난 22일에도 개인 투자자는 8548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삼성전자의 상승세에도 개미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건 반도체 상승장세에서도 지난한 박스권 흐름 속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기억 때문으로 보인다.삼성전자를 보유한 주주는 504만9085명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상장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141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 3분의 1 이상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주다.국민주의 기대에 부응하긴커녕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열풍 속 고대역폭메모리(HBM)로 급등할 때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뒷걸음질쳤다. 최근 5년간 SK하이닉스 주가가 300% 넘게 오를 동안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40%대에 불과했다.반도체 투톱의 주가 디커플링 현상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시름도 커졌던 게 사실이다.올해 3월 주주총회에선 주주들의 성토 속에 한종희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증권가는 목표주가 줄상향 … '반도체 봄'서 개인 소외될까큰손들과 동학개미들의 수급이 엇갈린 가운데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연일 올리고 있다. 수급 주체 간 엇갈린 행보에 이번 상승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미래에셋증권은 직전 목표 주가인 9만6000원에서 15.6% 상향한 11만1000원을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SK증권은 모두 주당 11만원, 다올투자증권과 신영증권은 10만원을 제시했다.증권사들은 올해 2분기(4~6월)에 전년 동기 대비 55.2% 하락한 4조원대 영업이익에 그친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7~9월)에는 9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회복할 것이라며 주가 전망을 밝게 점쳤다.'반도체의 겨울'을 전망했던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낙관적인 전망으로 돌아섰다.모건스탠리는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가운데 삼성전자를 가장 선호하는 주식으로 꼽았다. 목표주가는 주당 9만6000원으로 기존(8만6000원)보다 12% 높여잡았다.모건스탠리는 "우리 사이클 지표는 더는 단기 부진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반대로 2027년경 정점(peak) 패턴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며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삼성전자에 투자한 한 개인 투자자는 "5년 가까이를 묵혔는데 드디어 빨간불"이라면서 "외인은 계속 사는데 개미들만 계속 판다. 개미들은 돈을 못 벌고 외국인들만 놀이터처럼 국장에서 돈 벌어가는 이유"라고 자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