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 야키니쿠 등 외식 프랜차이즈와 협업 확대소비자 접점 위한 다양한 마케팅 … 日 실적도 우상향로컬 채널 매대에서는 '신라면'과 '그 외 한국라면'
  • ▲ 도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야키니쿠 킹 고마자와 공원점. 야키니쿠 킹은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와는 다르게 도심 지역에서 벗어난 주택가 위주에 매장을 내고 있다.ⓒ조현우 기자
    ▲ 도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야키니쿠 킹 고마자와 공원점. 야키니쿠 킹은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와는 다르게 도심 지역에서 벗어난 주택가 위주에 매장을 내고 있다.ⓒ조현우 기자
    일본에서의 한류는 더 이상 공연장과 스크린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일상으로 스며든 한류는 식탁과 소비 현장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020세대에 녹아든 이른바 4차 한류는, 일본 시장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정 성별과 연령대를 넘어 일본 남녀노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류를 뉴데일리가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관광의 중심지인 도쿄에서 살펴봤다.

    “신라면 그대로의 맛을 일본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9월 18일 저녁,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야키니쿠 킹 고마자와 공원점에서 만난 서철승 농심재팬 특수영업부문 주임은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 현지 문화에 맞게 신라면을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 식사나 음주 후 해장을 곧바로 하는 일본 문화에 맞춰 '시메' 메뉴로 신라면을 한강라면 용기에 선보였다.ⓒ조현우 기자
    ▲ 식사나 음주 후 해장을 곧바로 하는 일본 문화에 맞춰 '시메' 메뉴로 신라면을 한강라면 용기에 선보였다.ⓒ조현우 기자
    ◇ 소비자 접점 확대하는 농심 … 샤브샤브·고기구이집 협업

    야기니쿠 킹은 일본 전역에서 3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다. 일본 내에서 무한리필 고기뷔페 1위 사업자이기도 하다. 야키니쿠 킹은 2019년부터 '한국 페어‘라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곳은 한국 대표 라면 ‘신라면’을 활용한 한정 메뉴를 선보였다. 고기 식사 후 마무리로 라면을 곁들이는 일본 특유의 시메(乄, しめ) 문화에 맞춰 협업 메뉴를 구성한 것.

    서 주임은 “지난 5월에도 야키니쿠 킹과 협업을 진행했는데, 당시 출시 두 달 만에 약 35만그릇 이상이 판매됐다”면서 “단순 계산하자면 350개 매장에서 1000그릇씩 판매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9월 17일부터 10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농심재팬은 기존 철제 냄비가 아닌 ‘한강라면’ 용기를 차용했다. 하라주쿠 다케시다 거리에서 진행 중인 신라면 분식에서 사용한 한강라면을 보고 야키니쿠 킹 관계자가 이번 협업에서 적극 반영하자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 ▲ 이날 매장에 방문한 학생들도 식사 후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조현우 기자
    ▲ 이날 매장에 방문한 학생들도 식사 후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조현우 기자
    농심은 일본 시장에서 야키니쿠 킹 외에도 다양한 외식업체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일본 샤브샤브 뷔페 샤브요(しゃぶ葉)와 신라면을 메인으로 협업을 진행했고, 지난해에도 야키니쿠 전문 기업 후우후우테(ふうふう亭)와 매운 고기 마제소바, 봄 양배추 해선 신라면 등 협업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농심이 외식 기업과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신라면을 그대로 손님 상에 내보낼 수 있는가’이다.

    함께 동석한 기쿠다 다쿠야(菊田拓也) 농심재팬 특수영업팀 주임은 “협업 기업을 선정하는 데 점포 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우리(농심)가 원하는 맛 그대로 터치 없이 손님상에 내보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풍 라면’이라는 식으로 제품명을 가리는 것도 안 된다”면서 “메뉴에 정확하게 ‘신라면’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농심이 야키니쿠 킹을 협업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주요 손님층이 가족단위기 때문이다. 1020세대들에게 신라면에 대한 인식이 경험이 확대되면서, 함께 야키니쿠 킹을 찾은 가족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마케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학생들은 간단한 고기 메뉴와 함께 신라면을 즐기기도 했다.
  • ▲ 일본 하라주쿠에 문을 연 신라면 분식 전경ⓒ농심
    ▲ 일본 하라주쿠에 문을 연 신라면 분식 전경ⓒ농심
    ◇ 40여년 공들인 현지화 … 매운라면 대명사 된 신라면

    농심의 일본 진출은 1981년 도쿄사무소 설립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대리점을 통한 수출에 집중했지만, 2002년 판매 법인 ‘농심재팬’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현지화에 나섰다.

    전국적인 판매망 구축과 대형마트 시식 행사로 소비자와 친숙해진 신라면은 일본인에게 없던 ‘얼큰한 매운맛’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일본 라면이 돈코츠·미소·소유 등 진한 국물 위주로 발전한 가운데, 신라면의 차별화된 맛은 현지 시장에서 곧바로 인지도를 쌓는 동력이 됐다.

    ‘신라면’이라는 브랜드의 상징성도 강화하고 있다. 2010년부터 농심은 매월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선정하고 다양한 프로모션과 시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숫자 4와 10의 발음이 합쳐져 ‘맵다(ホット·Hot)’와 유사하게 들리는 점에 착안한 것.

    이러한 노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농심재팬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16% 수준으로, 지난해 신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22.7% 신장한 135억엔을 기록했다.

    농심은 이 같은 성장세를 기반으로 신라면 외에도 김치라면, 너구리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한정판 패키지, 현지 외식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접점을 늘리며 ‘일상 속 K-푸드 경험’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 ▲ 치바현 키사라즈 역 내에 위치한 소규모 편의점에서는 한국라면을 신라면 외에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조현우 기자
    ▲ 치바현 키사라즈 역 내에 위치한 소규모 편의점에서는 한국라면을 신라면 외에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조현우 기자
    신주쿠, 시부야, 하라주쿠 등 관광객들과 1020세대가 많은 지역의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농심 제품 외에도 불닭볶음면 등 경쟁사 제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신라면을 제외한 다른 한국라면은 매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치바현 키사라즈역 인근 데일리 야마자키(Daily Yamazaki) 편의점에서는 라면 매대에 신라면 용기면만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의 종업원 A씨는 “한국 라면은 신라면이 전부”라 “다른 한국 라면은 (들여)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매대 싸움’에서 신라면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일본 슈퍼나 편의점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정된 매대를 두고 경쟁해야한다. 특히 인스턴트라면 강국인 일본은 라면 종류만 수백개에 이르기 때문에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농심재팬 관계자는 “일본 라면 매대에서 ‘한국 라면’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한 자리는 무조건 신라면을 채울 수밖에 없다”면서 “매대에 여유가 있다면 그 외 다른 브랜드를 넣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레귤러’가 된 신라면을 밀어낼 다른 한국라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