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수익 사업 모델·자금 조달 구조 약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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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고위험·고수익’ 중심의 사업 구조가 향후 자금 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장기 외화표시 기업신용등급과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낮췄다. 단기 등급도 ‘Prime-2’에서 ‘Prime-3’로 내렸다.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의 등급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점진적 고위험-고수익 사업 모델 전환에 따른 자금 조달 구조 약화를 지목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위험 투자 성향이 동종 업계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자기자본 대비 고위험 자산·장외 익스포저 비율은 지난 6월 30일 기준 24.5%로 무디스가 평가한 동종 업계 평균인 20%를 상회한다.

    무디스는 정부의 벤처캐피탈 투자 활성화 정책 등에 따라 기업금융 활동 범위가 확대돼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 조달력 약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6월 30일 기준 18조원으로 자기자본의 174%에 달한다. 무디스는 만기가 1년 미만인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단기 자금을 장기 기업금융·벤처캐피탈에 투자하는 ‘자산-부채 미스매치’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번에 하향 조정된 'Baa3' 등급이 현재의 리스크 요인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이 한국 내 자산 규모 2위 증권사라는 점에서 정부의 높은 지원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도 이달 말 9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며 한국투자증권의 높은 수익성도 긍정적 요인으로 언급됐다.

    향후 등급이 상향 조정되려면 ▲장기 자금 조달을 통한 구조 개선 ▲위험 선호 비율 20% 수준 근접 ▲레버리지 비율 6배 미만 유지 등이 필요하다는 게 무디스 측 설명이다.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 등급 조정과 함께 지배구조(Governance) 평가를 G-2에서 G-3으로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유동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위험선호 비율이 40% 이상으로 높고 레버리지 비율이 15배 이상으로 상승하는 등 리스크가 확대되면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무디스의 발표는 최근 업황과 사업구조 변화를 반영한 결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당사는 이번 조정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자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건전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다른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일본 JCR은 당사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사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장기적인 안정성과 지속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