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태·대미 협상 겹쳐…금융당국 흔들기 부담 가중대미 무역 협상 '3500억 달러' 문제로 금융시장 흔들리는 것도 부담부총리 조직 재경부 입지 축소, 후폭풍 거셀듯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정부조직 개편안의 핵심인 금융위원회 분리가 좌초됐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의 반발에 이어 야당까지 필리버스터로 압박해오자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조직 개편 작업이 이해 당사자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재정경제부(신설 부처)가 예산 기능 없이 거시 경제 정책 기능과 세제 기능 만으로 운용되면서, 반쪽짜리 사령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대 협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신속 처리 안건으로 추진하려 했던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하고 금융정책 일부를 기재부로 넘기는 개편안은 당정이 올 상반기부터 밀어붙였던 핵심 조직개편 과제였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와 공공기관 재지정에 반대하며 국회 앞 야간 집회까지 열었고, 일부 간부급까지 성명서를 준비하는 등 조직 차원의 저항이 노골화됐다.

    반발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공공기관으로 편입되면 예산 통제가 심해지고, 이 경우 직원들의 급여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밥그릇을 뺏길 것이라는 논리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은 세종시로 가야 하는 부담때문에 단체로 저항했다.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경우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은 특히 세종시로 가느니 그만두고 민간으로 가겠다는 저항이 거셌다. 이 또한 밥그릇 문제였다. 

    여기에 최근의 외부 환경도 영향을 줬다. 최근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해킹 사태에서는 금융당국 차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요구되 있다. 또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요구를 관철하려는 협상 과정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이 막중한 상황이다. 이런 대외·대내 과제들이 쌓인 가운데 금융당국 조직을 근본부터 흔드는 것은 시장 불안만 키운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 정책위의장은 "정부조직법 개편이 소모적 정쟁과 국론분열의 소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금융 관련 정부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위 조직 개편 무산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 정책 기능은 경제 부처 조직 개편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 총리실 아래로 놓고, 과거의 재정경제부 모델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의 조직 개편 복안이었다. 그래야 경제 부총리의 사령탑 기능이 가능하다. 

    그런데 컨트롤타워가 금융정책 기능이 빠지고, 예산 기능까지 없어지면서 위상 약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경제 부총리의 '그립' 만으로 정책을 구사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 구윤철 경제 부총리의 경우 평생을 예산 정책에 몸담아 왔다. 정작 예산 기능이 옮겨가고, 금융 기능도 없는 상황에서 거시 정책을 해 본 적이 없는 경제 부총리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펼쳐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