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축 이마트·백화점 수장 굳건 … 실적부진 계열사 신상필벌본사 통제력 높이고 현장 조직 세분화 … 책임경영 체제 구축업계 "체질 개선 속도전 … 독립 경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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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26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연례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마트 부문을 이끄는 정용진 회장과 백화점 부문을 총괄하는 정유경 회장의 남매 경영 체제가 분리된 이후 첫 정기 인사라는 점에서 계열분리 가속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룹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도 받아들여진다.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지난해(10월30일)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졌다. 추석 연휴와 10월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한 조기 인사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지배구조 변화 이후 그룹이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로 유통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계열사별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점도 속도감 있는 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핵심 키워드는 신상필벌이다. 안정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예상 외로 교체 폭이 컸다. 실적 부진이나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계열사 대표는 관행적으로 보장하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반면 성과를 낸 인물은 과감히 승진시켜 변화를 꾀했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에서는 지마켓, SSG닷컴,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5곳의 수장이 바뀌었다.
지마켓 대표에는 알리바바 동남아 플랫폼 라자다 경영 경험이 있는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이, SSG닷컴 대표에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발탁됐다. 신세계푸드는 임형섭 B2B담당,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최훈학 SSG닷컴 대표, 신세계건설은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가 각각 선임됐다.
정유경 회장이 총괄하는 백화점 부문에서도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3곳의 대표가 교체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코스메틱2부문 대표에는 1985년생 여성 최고경영자(CEO) 이승민 대표가 임명됐다. 신세계디에프는 1949년생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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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그룹 로고
이번 인사와 동시에 단행된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주목된다.
그룹은 본사의 전략·재무·법무 기능을 강화해 투자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통제력을 높였다. 동시에 현장 조직은 상품·채널별로 세분화해 사업 단위별 책임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구체적으로 이마트 본사는 지원본부를 재무본부와 지원본부로 이원화하고 사업 본부 체제를 3개에서 4개로 확대했다. 신세계 본사에는 임원 직속 뉴 비즈니스(NewBiz) TF를 신설하고 일부 영업·상품 조직을 대표 직속으로 이동시켰다.
SSG닷컴은 기존 그로서리·패션·라이프 3개 영업 조직을 영업1·영업2 체제로 재편했다. 신세계디에프는 MD·물류 기능을 통합하고 영업·마케팅 조직을 재정비했으며 일부 점포 조직을 대표 직속으로 묶었다.이는 본사의 전략·재무·ESG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장 조직은 더 쪼개 책임 범위를 좁히고 실행력을 높이려는 이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구현한 새로운 리더십을 토대로 본업 경쟁력 극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의 남매 경영 철학을 각자 색깔대로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계열분리의 제도적 절차는 이미 마무리됐지만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을 기점으로 독립 경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계열분리 후 본격적인 독립 경영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본사 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장 조직을 세분화한 것은 계열별로 성과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봤다.또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가 계열분리 이후 첫 정기 인사에서 강도 높은 교체 인사를 단행한 것은 향후 체질 개선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조직개편까지 병행된 만큼 각자도생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