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386 마감·원·달러 환율 1412.9원… 시장 불안 증폭전력기기 업계, 상호관세 15%·품목관세 이중 부담 지속항공업계, 환율 급등에 비용 압박… 장거리 수요 위축 우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로 요구하자 국내 증시는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한미 간 관세를 둘러싼 시각차가 커지면서 협상 장기화 우려가 확산됐고, 전력기기·항공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부담이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 증시·환율 동반 충격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국내 증시는 급락했다. 지난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06 포인트 내린 3386.05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넉달 만에 최대치인 1412.9원까지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 측에 대미 투자 금액을 7월 구두 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에서 더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 외화 유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몰리는 등 시장의 불안감은 한층 고조됐다.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3억 달러로,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의 약 84.1% 수준에 달한다. 

    우리 정부가 대미 투자 조건으로 한미 양국간 무제한 달러 통화스와프를 '필요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 ▲ 항공업계는 고환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뉴데일리
    ▲ 항공업계는 고환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뉴데일리
    ◆ 전력기기 업계, 이중 관세 언제까지 

    한미 간 관세 협상으로 품목관세 인하를 기대했던 전력기기 업계는 당분간 이중 관세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전력기기 업계는 현재 상호관세 15%와 함께 변압기 등 철강 기반 제품에 대한 품목관세까지 겹쳐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 변압기의 경우 원가의 30~40%가 철강으로 구성돼 있어 실제 체감 부담은 약 18%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협상을 통해 품목관세 완화 방안을 모색해왔으나, 이번 발언으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주요 기업은 미국 내 송전망 확충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관세 리스크가 지속되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국 간 협의가 지연되면서 품목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며 "향후 미국이 변압기 외에 다른 품목들까지 추가할 때는 관세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 항공업계, 환율 리스크 커진다

    항공업계도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유,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 항목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추석과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예약률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환율 부담이 장기화되면 여행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장거리 노선은 항공권 가격 상승이 두드러져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상당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항공사는 보유 기체가 많고 환헤지로 일정 부분 방어가 가능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는 대부분 리스 항공기인 데다 헤지 여력이 적어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며 "환율과 유가 변동성이 겹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면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력 수출 업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산업계는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 전략 수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력기기 업체는 현지 생산 확대를, 항공업계는 비용 구조 조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의 정책 방향이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면서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세 협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