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유상증자 … 한국타이어 약 5000억 부담9000억 중 8000억 채무 상환 … 재무구조 개선 가능상환 시 부채비율 하락 … 연이자 비용 400억 원 줄어실적 회복 여전히 과제 … 전기차 시장 회복 수혜 기대
  • ▲ ⓒ한온시스템
    ▲ ⓒ한온시스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자동차 열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이 최근 대규모 증자를 결정한 가운데 회사의 근본적인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본업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한온시스템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회복세에 발맞춰 내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 모회사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지난 24일 9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증자는 주주에게 우선 신주를 배정한 뒤 실권주를 일반공모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신주 발행 주식 수는 3억4700만 주다.

    증자 비율은 51%에 달한다. 신주 발행 예정가는 2590원으로, 지난 23일 종가 대비 약 15% 할인된 수준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2일이다.

    이번 증자에는 한온시스템 지분 54.8%를 보유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참여, 약 5000억 원을 부담하는 등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 목적 달성을 전면 지원할 전망이다.

    반면 이번 유상증자에서 2대 주주인 한앤코PE(한앤컴퍼니)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앤코PE는 오는 2027년 보유 중인 21.63%(2분기 기준) 지분에 대해 주당 52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주를 통해 모집되는 총액은 9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8000억 원은 채무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1000억 원 중 512억 원은 운영자금에, 488억 원은 시설자금에 사용된다.

    이로써 지난 2014년 한온시스템 첫 지분 인수부터 이번 증자까지 한국타이어가 투입한 자금은 약 2조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타이어는 현금 사정이 넉넉한 편으로 이번 증자에 대한 부담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온시스템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 지원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한온시스템이 이번 증자로 자본 확충을 통한 신용등급 유지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한온시스템은 지난 2022년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하향된 데 이어 2023년과 지난해에는 ‘AA-(부정적)’로 추가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이번 증자 대금의 대부분을 채무상환 자금으로 사용하는 만큼,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 지표 향상을 통해 신용등급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 6월 기준 부채비율이 256%에 달하는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기준 이자 비용으로만 2648억 원을 지불했다. 올해도 1분기 594억 원, 2분기 579억 원 등 상반기에만 1173억 원을 이자 비용으로 냈다.

    그러나 이번 9000억 유상증자 중 8000억 원을 채무 상환금으로 상환하면 부채비율은 175%로 떨어지고, 이자 비용은 연간 4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적인 노력으로 차입금 축소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는 셈이다.
  • ▲ 한국타이어 테크노플렉스 전경. ⓒ한국타이어
    ▲ 한국타이어 테크노플렉스 전경. ⓒ한국타이어
    대다수 전문가는 한온시스템의 이번 유상증자가 신용등급 하락 방어 등 단기적인 불확실성 해소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확보된 자금이 영업 경쟁력 강화에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회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조한 수익성을 내고 있는 만큼, 유의미한 현금 창출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본업 경쟁력이 개선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관리시스템을 성장축으로 내세웠지만, 테슬라나 중국 스마트카 업체와의 수주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수주의 질적 개선이 필요한데도 이번 유증 자금 대부분이 차입금 상환에 쓰이는 만큼 영업 경쟁력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동안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부진했던 전 세계 전기차(EV)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점에서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 외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총 409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증가했다.

    한온시스템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포르투갈 팔멜라, 캐나다 우드브리지 공장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동 컴프레서 등 EV 핵심 부품 생산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전기차 열관리 분야의 기술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매출을 10조 원으로 기준을 잡았을 때, 영업이익률이 2% 이상이면 이자 비용을 내고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라며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