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나스닥' 내세웠지만 대표 기업은 잇따라 코스피행코스닥협회, 연기금 투자·세제혜택 등 외부지원만 요구 "공적자금은 임시방편 … 뼈깎는 체질 개선해야 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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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코스피가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며 연고점을 갈아치운 것과 달리 개장 30주년을 앞둔 코스닥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K-나스닥'을 내세웠지만, 코스닥을 대표할 만한 기업이 몇 없는 데다 그마저도 잇따라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며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모습이다.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초 코스피 지수는 1920선, 코스닥은 550선이었다. 10년이 흐른 현재 코스피는 75% 넘게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50%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지수 상승률이 은행 이자율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한 증권 전문가는 "고위험인 코스닥 투자 수익률이 사실상 무위험인 은행 이자율과 유사하다는 것은 정말 참담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코스닥 시장 부진 원인으로는 '대표 기업의 부재'가 꼽힌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셀트리온, 코웨이, 포스코DX 등은 몸집을 키우고 성장 궤도에 오르자 코스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도 내년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시장을 이끌 '간판 기업'이 점차 사라지면서 코스닥은 중소기업 전용 시장으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반면 미국 나스닥은 혁신 기업들이 장기간 자리를 지키며 지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뉴욕 증시를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엔디비아, 구글, 애플, 테슬라, 아마존, 메타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은 뉴욕증권거래소가 아닌 나스닥 상장 기업이다.나스닥이 엄격한 상장 요건을 두고 우량 기업 중심으로 시장을 키워온 것과 달리 코스닥은 낮은 문턱 탓에 중소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됐고, 그만큼 투명성과 건전성 논란도 반복돼 온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코스닥협회는 지난달 17일 '코스닥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현황 과제'라는 보고서에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문제는 해당 보고서 대부분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코스닥 기업에 대한 세제 확대 등 외부 지원을 바라는 내용으로만 가득차 있다는 점이다.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실제 기관 및 법인의 코스닥 보유 비율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30.6%로, 유가증권시장(44.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거래량에서도 격차가 두드러졌다. 투자자 유형별로 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 및 법인 투자자 비중은 20.9%였지만, 코스닥은 2.9%에 그쳤다.하지만 자체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 외부 지원만 바라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많다.한 증시 전문가는 "연기금이 코스닥 기업을 외면하는 것은 그 만큼 신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연기금 투자만 바라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더구나 연기금은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인 만큼 부실 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닥에 대한 자금 투입 여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코스닥에 부실 기업이 높다는 사실은 숫자로 증명된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사 1207개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563개사가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468개)보다 95개사가 늘어난 수치다.또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 기업은 코스피의 경우 7.7%에 불과하지만 코스닥은 47.1%에 달했다.결국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려면 공적 자금은 임시 방편이자 보조 수단일 뿐 코스닥 상장 기업의 질적 혁신과 구조적 정비가 있어야 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투자 확대가 단기적으로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들이 스스로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코스닥은 10년 뒤에도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전문가는 "연기금 투자 확대와 세제지원을 요구하는 코스닥협회의 보고서는 기업 이익을 우선 대변하는 경제단체의 주장과 전혀 다를 바 없다"며 "코스닥협회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혁신 기업을 성장시키고, 부실 기업을 과감히 퇴출시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자기 혁신 방안을 먼줘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