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금융사고에 회수율 16% … 농협은행 '내부통제 무력화' 현실중앙회-지주-은행 3중 구조, 사고는 은행 몫·성과는 중앙회 몫낙하산 인사·관료 출신 인맥 의존, 리스크 관리 역량 취약 고착화국감 증인 채택 가능성 고조 … 지배구조 개편 요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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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금융권 전반에 내부통제 강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사고 온상'으로 비판받던 NH농협은행의 지배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낙하산 인사, 중앙회로 흘러가는 배당 구조 등 농협 고질적 문제들이 금감원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실이 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농협은행에서 집계된 금융사고는 총 38건, 피해액은 800억 6000만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사고금액 회수율은 16%에 불과했으며, 올해 들어 회수율은 2.4% 수준으로 떨어졌다. 강태영 행장이 취임 직후 '사고 제로'를 공언했지만, 사후 관리(피해금 회수) 성과는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사고의 배경에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자리한다. 농협금융은 '중앙회-금융지주-은행'으로 이어지는 3중 구조를 갖고 있다. 은행이 벌어들인 수익 상당 부분은 중앙회로 배당·사업비 명목으로 이전되며,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이나 리스크 관리에 재투자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농협은행이 사실상 중앙회의 '현금창구' 역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농협경제지주를 중앙회에 통합하거나 농협상호금융을 독립법인화하겠다는 공약은 역대 회장들이 수차례 내놨지만 매번 좌초됐다. 강호동 현 농협중앙회장 역시 혁신을 약속했지만 취임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내부 반발, 법 개정 필요성,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며 개편은 늘 말뿐인 구호로 끝났다.전문성보다 정치적·관료적 배경이 강조되는 인사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10여 년간 농협은행·농협금융 주요 보직에 전직 관료나 정치권 인사가 잇달아 기용되면서, 리스크 관리보다는 단기 성과와 대외 관계에 집중하는 조직문화가 고착화됐다. 이는 곧 내부통제의 취약성과 사고 재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실제로 농협은행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계열 은행 중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익이 중앙회로 이전되는 구조 탓에 재무 여력 축적이 더딘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사고 부담을 지고도 성과는 중앙회로 이전되는 구조에서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장기 투자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업계의 관심은 금감원의 개혁 칼끝이 농협중앙회로 향할지에 쏠린다. 이찬진 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삼성생명의 과거 회계 처리 문제를 파헤치며 보험업계 전반에 긴장을 불러일으킨 것도 "과거 관행이라도 문제라면 바로잡겠다"는 시그널이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삼성생명에 이어 농협이 당국의 칼끝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농협은행의 사고 문제는 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감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인 만큼,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회는 농협은행의 반복되는 사고와 저조한 회수율을 도마에 올리며 제도 개선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시민사회도 농협을 향한 개혁 요구를 높이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는 "농협은 수십 년간 지배구조 개편을 미뤄온 대표적 사례"라며 "지배구조 단순화와 독립적 이사회 권한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