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현지생산·우주발사체·무인차량 공략현대로템, HR-셰르파 등 지상 무인체계 강화KAI, AI파일럿·AAV로 미래 공중전 핵심 전력화LIG넥스원, K방공망·해검-X로 미래 전장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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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11월 누리호 4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방산의 성장은 더 이상 전차·자주포·전투기 같은 기존 무기체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미래 방산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단일 무기가 아니라 통합 솔루션과 미래 전장을 대비한 체계다.국내 4대 방산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KAI(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은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새로운 먹거리를 키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화 전략과 다목적 무인차량, 현대로템은 지상 무인체계, KAI는 AI 파일럿과 AAV, LIG넥스원은 방공망 수출과 무인수상정으로 미래를 열고 있다. K-방산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차세대 무기체계는 무엇인지, 기업별 전략을 들여다봤다.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현지화·발사체계 '풀라인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출의 가장 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폴란드 WB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워 천무 다연장로켓 유도탄을 현지 생산한다. 현지공장에서는 천무의 폴란드 수출형 모델인 '호마르-K'에 탑재되는 사거리 80km급 유도탄(CGR-080)이 생산된다.유럽의 방산 블록화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가운데 '현지생산+공급망 내재화' 전략으로 수출 판로를 넓히는 셈이다.한화에어로의 무인화 전략도 눈에 띈다.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은 미국 국방부 해외비교성능시험(FCT)을 통과해 실전 검증을 거쳤다. 지난 2023년에는 미국 하와이서 본 시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한화는 야간 자율주행과 같은 핵심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근 카이스트와 한양대에 자율주행 연구센터인 '오토노미 허브 Autonomy HUB'와 '이 드라이브 허브(E-Drive HUB)'를 설립했다.한화에어로는 오는 2028년까지 차륜형·궤도형 UGV 전 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무인지상차량(UGV)시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UGV 기업인 밀렘 로보틱스와 공동 기술 개발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유럽 무인차량 시장에도 대응한다.여기에 오는 11월 27일 발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형 위성발사체(KSLV-Ⅱ) 누리호의 총괄 제작사로서 우주 수송 사업의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차 발사에 성공한 이후, 오는 2027년까지 총 3차례 추가 발사될 예정이다. -
- ▲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 HR-쉐르파 ⓒ현대로템
② 현대로템 - 무인 지상 플랫폼 HR 셰르파현대로템은 K2 전차와 K808 장갑차로 대표되는 지상 플랫폼 강자다. 폴란드와의 K2 계약은 약 65억 달러(한화 약 9조원) 규모로, 단일 방산 수출 계약 기준 사상 최대였다.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조립과 기술 이전까지 포함된 이 계약은 ‘메이드 인 폴란드’를 내세운 유럽 방산 정책을 돌파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로템이 쌓은 현지화 경험은 향후 다른 무기체계 수출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로템은 미래 먹거리인 무인 지상체계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작은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SHERPA)'다. HR-셰르파는 전기구동 6륜 독립 바퀴와 AI 자율주행, 객체인식 기반 자동 조준 기능을 갖춘 최신형 무인차량으로, 정찰·전투·부상병 후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군에 납품된 무인차량으로 GOP와 DMZ에서 시범 운용을 거쳤고, 국군의 날 행사와 합동훈련에도 투입돼 실전 피드백을 반영했다.특히 4세대 HR-셰르파는 ‘팔랑크스(Phalanx)’ 전술에서 착안해 병력 공백을 보완하는 개념을 구현했다. 전고를 낮춰 은폐성과 기동성을 높이고, 지상고를 높여 장애물 극복 능력을 확보했다. RCWS 탑재와 충격 흡수 구조는 전투뿐 아니라 환자 이송과 보급 임무의 안전성까지 고려한다.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배터리·수소 기술을 무인체계에도 접목하고 있다. 장거리 작전 능력을 높이기 위한 수소 기반 차세대 동력원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는 철도·수소 모빌리티 역량을 방산으로 확장하는 사례다.현대로템 관계자는 "미래 무인체계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우리 군에 최적화된 다목적 무인차량을 만들기 위해 성능과 디자인을 진화시켜 왔다"면서 "HR-셰르파를 비롯한 무인체계 핵심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해 관련 부문 사업 경쟁력을 고도화할 것"이라 말했다. -
- ▲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공중전투체계의 개념도. 다목적 무인기와 무인전투기에 AI파일럿이 탑재돼 KF-21, FA-50 등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KAI
③ KAI - 미래 공중전 NACS에 AI 파일럿을 접목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종합 기업으로, AI 파일럿(KAILOT)과 AAV(차세대 비행체)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AI 파일럿은 단순 조종을 넘어 자율 전투까지 목표로 하고 있으며, AAV는 도심항공교통부터 군사 수송·정찰까지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다.AI 파일럿은 표적을 식별하고, 전장 상황을 분석하며, 대응책을 제시하고, 임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자율 전투 조종사 개념이다. KAI는 2023년 하반기부터 가장 난도가 높은 비행 제어 AI 연구를 시작했다. 상용 고정익 드론으로 기본적인 비행과 장애물 회피를 검증했고 올해는 다목적 무인기 실제기에 AI 파일럿을 탑재해 비행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가상 시뮬레이션과 실제 비행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며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KAI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UCAV(무인전투기) 개발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유무인 복합체계(NACS)에 AI 파일럿을 접목해, 유인 전투기와 무인 전투기가 함께 작전하는 미래 공중전의 핵심 전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또 다른 축은 AAV, 민군 겸용 차세대 비행체다. KAI는 2021년 개념설계로 사업을 시작해 2024년에는 5인승 실증기 개발에 착수했다. 2025년 3월 기본설계검토(PDR)를 마쳤으며, 올해 말 상세설계검토(CDR)를 거쳐 2026년 본격 제작에 들어간다.KAI는 글로벌 공급망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이브 에어 모빌리티와 계약을 맺고 eVTOL 핵심 부품인 수평 꼬리날개와 조종면을 RSP(위험분담파트너) 방식으로 납품하기로 했다. 이브는 전 세계에서 2900대 이상 주문을 받은 기체로, 이 계약은 KAI가 글로벌 eVTOL 인증·양산 과정에 조기 접속했다는 의미를 가진다.AAV는 민수 분야에서 에어택시, 화물 운송, 관광·의료 수송은 물론 경찰·소방 작전에도 활용될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지휘통제, 인원·물자 수송, 정찰·타격 임무 등 다목적 운용이 가능하다. AI 파일럿이 미래 전투방식을 바꾼다면, AAV는 하늘길 자체를 새로 여는 전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KAI의 미래 전략은 전투와 이동 두 축을 동시에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 ▲ LIG넥스원이 올해 처음 공개한 '해검-X' 무인수상정 ⓒLIG넥스원
④LIG넥스원 - K방공망 벨트와 무인 수상 플랫폼LIG넥스원은 K-방산의 방공망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천궁Ⅱ–L-SAM–L-SAM-II’로 이어지는 다층 요격 체계의 핵심 주계약자다. 임직원의 60%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일 만큼 R&D 중심 구조를 갖춘 것도 특징이다.성과는 이미 수출로 입증됐다.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는 UAE·사우디·이라크 등 중동 주요 3개국에 잇달아 수출되며 수조 원대 규모의 계약 성과를 거뒀다. 무기 수출을 넘어 ‘K-방공망 벨트’를 중동에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차세대 무기체계로는 L-SAM-II가 있다. LIG넥스원은 기존 L-SAM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방공 영역은 기존 대비 3~4배 확장될 전망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상단을 책임질 무기다. LIG넥스원은 탐색기·추진체·제어장치 등 핵심 분야에서 독자 역량을 투입한다. '천궁Ⅱ→L-SAM→L-SAM-II'로 이어지는 계층형 라인업은 K-방공을 세계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LIG넥스원은 방공뿐 아니라 무인화 영역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부산 MADEX에서 공개된 '해검-X' 무인수상정은 MOSA(모듈형 개방형) 설계를 기반으로 감시정찰, 전투, 대드론 방호 등 임무에 맞춰 모듈을 교체할 수 있다. 스텔스 디자인으로 레이더 탐지를 최소화했고, 위성·드론 연계 지휘통제 체계를 적용해 다수 무인정이 동시에 움직이는 군집작전도 가능하다. 다기능 레이더(MFR) 탑재로 상황인식 능력과 전투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이와 함께 LIG넥스원은 소형 군집 자폭 무인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 수송 드론 시스템, 소형무인기 대응체계(Block-I) 등 드론·대드론 솔루션도 내놓으며 무인화 전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미래 전장 환경에서 드론과 드론 대응 능력은 필수로 자리잡는 만큼, LIG넥스원은 전방위 무인·대무인 전력을 동시에 구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LIG넥스원 관계자는 "사우디 현지사무소 확장이전, 유럽 대표사무소 개소 등을 통해 해외 인프라를 대폭 확대했다"면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시장 진출도 지속 추진할 것"이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