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출범 일성 "재생에너지 중심 대전환"K-태양광 수출 67% 급감 … 폴리실리콘 생산도 '0'중국산 모듈 수입량 54% ↑ … 국내 시장 장악 가속무분별한 확장에 빨간불 … 국내산업 보호 대응 시급
  •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기후·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일 공식 출범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힘을 싣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밀려 들어오고 있어, 실질적인 국내 태양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응책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김 장관은 전날 열린 출범식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체계를 대전환하겠다"며 "현재 누적 기준 34GW 수준의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가능한 100GW 수준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매년 13GW 규모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통상 1kW 설치에 19.8㎡의 부지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발전용량 100GW에 필요한 면적은 1980㎢로 서울시(605㎢)의 3배 가량의 땅덩이가 필요하다.

    문제는 태양광 중심의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중국산 공세에 밀리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2025 상반기 국내 태양광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5월 국내 태양광 수출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태양전지·모듈 수출액은 1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67.1% 감소했다. 폴리실리콘 수출은 같은 기간 340만 달러이지만, 이 수치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아닌,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이다.

    국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은 마지막까지 버티던 OCI홀딩스가 2020년 군산공장 생산 라인을 중단하면서 생산 거점은 자취를 감췄다. 현재까지 신규 건설 계획도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태양광 대표 기업인 한화솔루션 큐셀은 미국 IRA 보조금 혜택을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며 국내 공장을 축소·중단하고 있어 수출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으면서 전반적인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공급망 붕괴 위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저가 중국산 제품 수입이 확산되면서 국산 제품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올해 1~5월 중국산 웨이퍼는 과잉 공급 여파로 가격이 급락하며 수입액은 감소했지만, 용량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5.9% 증가했다. 태양전지와 모듈도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금액 기준 수입액은 줄었으나, 물량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 대비 53.9% 뛰었다.

    보고서는 "국내 태양광 산업 부흥을 위해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국산 제품 우대 정책과 인·허가, 이격거리 등 규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 ▲ OCI홀딩스 자회사 OCI Energy가 운영하는 美 텍사스 샌안토니오 베어카운티의 알라모1 태양광 프로젝트 전경ⓒOCI홀딩스
    ▲ OCI홀딩스 자회사 OCI Energy가 운영하는 美 텍사스 샌안토니오 베어카운티의 알라모1 태양광 프로젝트 전경ⓒOCI홀딩스
    무분별하게 재생에너지만 확장 … K-생태계 무너져

    이처럼 무너진 생태계는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확장과 관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 시행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격히 늘었다. 2012~2016년 5.9GW 수준이던 설비 보급은 2017~2021년 18.3GW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산업부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2022)'에서는 국내 태양광 생태계는 무질서한 태양광 보급 탓에 부작용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셀 수입산 비중은 2018년 48%에서 2021년 65%로 치솟았고, 모듈 역시 같은 기간 27%에서 34%로 증가했다. 값싼 수입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국내 기업의 사업 철수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국내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했고, 2022년 LG전자는 태양광 사업 자체를 정리했으며, 같은 해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제조사였던 웅진에너지는 파산했다. 값싼 중국산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 철수를 부채질 한 것이다.

    2024년 기준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은 웨이퍼 99%, 모듈 86%, 인버터 92%, 태양전지에서 7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6일 유휴 부지를 태양광 발전원으로 활용하고 주민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햇빛 연금’ 사업 확대를 지시했다. 농촌 공공시설과 도로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해 주민참여형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내년까지 ‘햇빛소득 마을’을 100곳으로 늘리겠다고 보고하자 대통령은 “왜 100곳밖에 못 하느냐, 마음먹으면 수백 곳도 가능하다”며 확대 의지를 보였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생태계는 중국 생태계와 다름 없다"며 "그래서 미국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에 벽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다시 생산 공장 라인을 돌리기 위해선 전기료, 인건비, 보조금을 비롯해 관세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태양광 기업인 퍼스트 솔라(First Solar)는 IRA, 중국산 수입 금지, 동남아시아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수혜로 2025년 1분기 2억9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